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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16. 2021

바람 불어오는 언덕으로 떠나자

- 갈 수 없는 나라

바람 불어오는 언덕으로 떠나자

- 갈 수 없는 나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들꽃처럼 태어나

태양처럼 살다가리


저 노을빛에 들어

저 석양에 들어가는

뜨거운 심장을 꺼내어


매화의 첫 마음으로

난의 은은한 향기같이

국화의 인내심으로

대나무의 늘 변치 않을 굳은 심지처럼

살다가리


바위처럼 초연함으로

바람 같은 인연으로

구름처럼 미더운 마음으로

강물 같은 인생을 노래하다


안갯속에 피어오른 

새벽이슬에 피어나는 안개꽃처럼 

살다가 사라지리


불꽃처럼 태우다  

불꽃처럼 식는다


하늘이 파란 건

저 석양이 물드는

가보지 못한

갈 수 없는 나라가 있다


저 하늘을 바라보는 그곳엔

노을빛에 타들어가는

한 마을이 있다


석양이 바라보이는 곳에선

그곳으로 떠날 수 있지만

도착하는 것은 몽유 지환이다


치악산 자락에 구름 넘나들어

이 고을 저 고을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술 익는 마을 마을마다


내 마음도 저 노을빛에

타들어가는 뜨거운 심장을 꺼내놓았다


그곳에서 저 멀리 바라보이는

산등성이 너머 마을에 있을

고을마다 농익은 저녁놀

그 고을에 지금 내가 서있다


순간의 찰나에

너의 바람은

바람이 아닌 구름이

너의 마지막 희망을 건져 올랐다


2021.6.15  치악산 치마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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