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오는 언덕으로 떠나자
- 갈 수 없는 나라
바람 불어오는 언덕으로 떠나자
- 갈 수 없는 나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들꽃처럼 태어나
태양처럼 살다가리
저 노을빛에 물들어가
저 석양에 타들어가는
내 뜨거운 심장을 꺼내어
매화의 첫 마음으로
난의 은은한 향기같이
국화의 인내심으로
대나무의 늘 변치 않을 굳은 심지처럼
살다가리
바위처럼 초연함으로
바람 같은 인연으로
구름처럼 미더운 마음으로
강물 같은 인생을 노래하다
안갯속에 피어오른
새벽이슬에 피어나는 안개꽃처럼
살다가 사라지리
불꽃처럼 태우다
불꽃처럼 식는다
하늘이 파란 건
저 석양이 물드는
가보지 못한
갈 수 없는 나라가 있다
저 하늘을 바라보는 그곳엔
노을빛에 타들어가는
한 마을이 있다
석양이 바라보이는 곳에선
그곳으로 떠날 수 있지만
도착하는 것은 몽유 지환이다
치악산 자락에 구름 넘나들어
이 고을 저 고을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술 익는 마을 마을마다
내 마음도 저 노을빛에
타들어가는 뜨거운 심장을 꺼내놓았다
그곳에서 저 멀리 바라보이는
산등성이 너머 마을에 있을
고을마다 농익은 저녁놀
그 고을에 지금 내가 서있다
순간의 찰나에
너의 바람은
바람이 아닌 구름이
너의 마지막 희망을 건져 올랐다
2021.6.15 치악산 치마바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