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과 이별
- 안녕 친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흰 겨울 찾아와
친구들 떠난 이 자리
산에 산에 사는 청설모는
친구가 없어 나를 찾아왔네
네 말벗으로 다가서면
놀란 두 눈은 금세
토끼처럼 두 귀가 쫑긋 하고
먹을 것을 주면
먼 거리에서 그나마 다행인 듯
의심의 눈초리는
긴장감을 늦추는 약이 되어
시샘할 겨를 동무 하나도 없는데
한없이 마냥 나 떠나기를 기대하네
흰 눈이 내려오고
얼음이 얼어가도
철 지나 버린 가을이 생각도 날 텐데
못다 채운 곳간은 어딜 두고
계절 타령 탓을 할 수 있으랴
일찌감치 겨울채비는
네 안중에도
없을지도 모르겠더구나
그래도 네 알량한 자존심을
버려두었으니
그해 가을날 몰래 감춰 둔
도토리 대신
남이 먹다 남은 것이라도
네 배고픈 뱃속을 달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익살스러워랴
이른 새벽길 마중 나온
너를 바라보노라면
홀로 아침을 일찍 열어가는 것이
비단,
이 길이 옛 지나온 길이라 여겨
늘 새로움의 마음이 아니었던 탓에
너와 나와의 우연의 만남은
작별은 영원한 이별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이길 바라면서
안녕이라는 말 대신
미리 예정된 작별의 마음은
차라리 이별을
염두에 둔 마음이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어라
2021.12.29 치악동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