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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9. 2021

작별과 이별

- 안녕 친구

작별과 이별

-  안녕 친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 찾아와

친구들 떠난 이 자리


산에 산에 사는 청설모는

친구가 없어 나를 찾아왔네


네 말벗으로 다가서면  

놀란 두 눈은 금세

토끼처럼 두 귀 쫑긋 하고


먹을 것을 주면

먼 거리에서 그나마 다행인 듯

의심의 눈초리는

긴장감을 늦추는 약이 되어


시샘할 겨를 동무 하나없는데

한없이 마냥 나 떠나기를 기대하네


흰 눈이 내려오고

얼음이 얼어가도

철 지나 버린 가을이 생각도 날 텐데


못다 채운 곳간은 어딜 두고

계절 타령 탓을 할 수 있으랴


일찌감치 겨울채비는

네 안중에도

없을지도 모르겠더구나


그래도 알량한 자존심을

버려두었으니


그해 가을날 몰래 감춰 둔

도토리 대신

남이 먹다 남은 것이라도

배고픈 뱃속을 달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익살스러워랴


이른 새벽길 마중 나온 

너를  바라보노라면

홀로 아침을 일찍 열어가는 것이


비단,

이 길이 옛 지나온 길이라 여겨

늘 새로움의 마음이 아니었던 탓에


너와 나와의 우연의 만남은

작별은 영원한 이별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이길 바라면서


안녕이라는 말 대신

미리 예정된 작별의 마음은

차라리 이별을

염두에 둔 마음이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어라

2021.12.29 치악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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