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떠난 자리에

- 속세를 떠나보내는 마음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영원산성

세상이 떠난 자리에

- 속세를 떠나보내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속세를 벗어나 떠난 자리에


다시 발길을 돌려


마음 닿는 곳으로 떠나오니


이곳이 천상의 낙원이 아니겠는가



그 자리에 옛 마음이 서려


바람이 불어오는 남쪽의 문으로


들어서고 보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지척인데


속세의 마음을


벗어던지지 못한 마음만이


아쉬움의 연정에 사무치게


나로 하여금


방황의 끝으로 나 있는


수문장으로 인도하지 않았겠는가



바야흐로


천년의 숨결을


잠시라도 느낄 찰나에


나 홀로 걸어가야 할 이 길에


나도 천년의 마음이 너와 같을지어다



오로지


나의 벗은


비 온 뒤에 티 없이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며 오르는 이 길이


오늘은 꽤 이국적이고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겠는가



그나저나 먼 길 타향살이도 아닐진대


하물며 오르지 못할 마음도 아닐진대


너의 기다림이 이토록


애절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하늘에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소리와


찌든 때를 잠시나마 벗어던질 수 있는


계곡의 울창한 포효소리가



나의 오장육부와


귓속에 청허함을 일깨우기에


충분하지 않았겠는가



나는 지금도


그대의 청순한 눈망울에서


속세의 연을 대신하여


멀리서 떠나오지 않았던가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그대 마음이



곧 속세의 연민을 헤아린


혜안慧眼의 마음을 두고 떠나왔으니


나의 마음을 감추지 못한 마음에


그대를 바라보는 나의 눈빛은



언제나 석양에 뭍들어 가는


붉은 태양의 저편에 있을


그리움 한 점이라고


말해주어도 좋지 않았겠는가


치악산 영원폭포
마가목
치악산 영원폭포
통천문

2023.5.8 치악산 영원산성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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