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새벽을 등진 초승달
울어 지친 까마귀야
- 이른 새벽을 등진 초승달
시. 갈대의 철학
깍 깍 까마귀야
이른 새벽을 등지고
초승달이 부끄럽지도 아니하느냐
그렇게 동녘의 그리움을 떠오르다 못해
누구를 기다려야 할지 울어 지치는 거야
너의 울어 지친 그리움이 나였으면,
슬퍼 보일 겨를도 없을 텐데
계절을 잊은 듯한 네 모습이 슬퍼 보인다.
한 마리 산 비둘기를 옆에 두고도
기다리는 이를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있었느냐
가물가물한 사연으로
구름 뒤로 태양이 또다시 떠오른다.
높은 장벽 사이로 네 모습을 기웃거려 보지만,
어느새 너의 울어 마지않는 제 곡조는
기적 소리에 사라지고 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