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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처녀

- 소양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by 갈대의 철학
소양강처녀. 한서경

소양강 처녀

- 소양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소양강 흘러 흘러

어디로 흘러 떠나 왔을까?


님 향한 일편단심 계신

한양에 마음 두고

님 떠난 금강에 뿌리 남겨두면

나만 이 깊고 깊은 바다 같은 호수에

홀로 남겨 두어


그대 마음 떠내려 갈까?

붙잡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하는 이 심정을

누가 알리가 있으리까?


그대 북한강 소양강 처녀를 아시오


남한강에 아우라지 처녀가

두물머리 그 물살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사랑을 떠나보내리까?

믿음을 떠나보내리까?

행복을 먼저 떠나보내리까?


아님

누구가 먼저 님 계신 곳으로

도착하오리까?


봄에는 봄바람에

나풀나풀 거리는 댕기치마에

옷소매를 붙잡고


여름에는

그대 머릿결 찰랑찰랑 거리며

내리는 소낙비 물살에

그대 머리 감겨주고


가을이면 소양강 붉게 지는

석양 노을빛에 빛바래어

발그스레 그대 양볼에 스치듯

저무는 소양강은 그렇게

내일을 위해 살찌우고


겨울이면 열두 동지섣달

그믐달에 그대와 단둘이

호롱불 아래 이글거리는 화로에

감자, 옥수수, 고구마, 가래떡...

얹혀놓고


오랫동안 하얗게 눈 내리는

밤하늘에 맺힌 사랑의 추억을

그때를 어찌 잊으리까?


오늘처럼 눈이 부시도록 푸른 날

소양강 넓디넓은 호숫가

불어오는 봄바람에 낯익은 목소리


소양강처녀를 위한

슬피 우는 노랫가락에

호수에 분수도 하늘 높이 솟아올라

저 하늘에 하늘 져 춤을 추네


2025.4.26 소양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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