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람
미련(未練)과 집착(執捉)
- 두 사람
시. 갈대의 철학[蒹葭]
미련은 집착과는 달리
집착을 버리면
미련이 따라붙고
미련을 놔두면
집착이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하하
그럴 수도 있겠지요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세상사 어디에
물과 기름이 아닌 관계가 어디 있겠어요
내가 물이니
기름인 당신과 섞을 수 없겠다고 하고
그대가 기름이니
내가 동화될 수 없을 거라 하니 말입니다
그러면
물과 물이 만나면 미련이 없어지나요
기름과 기름이 만나면 집착이 없어지나요
물과 기름을
섞을 수는 없겠지만
나눌 수는 있으며
미련과 집착을 버릴 수 없으면
함께 공존하는 방법으로 살아보아요
미련은 먼지처럼 털털 털어서
툭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리고
집착은
접착제처럼 한번 딱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두 사람
한 여자와 한 남자
두 사람
지하철에서
같은 칸에
같은 출입문 입구에
나란히 서있었다
같은 곳에서
같이 타고
같은 역에서
같이 내리고
같은 출구에
같이 걸어가며
같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쭉 나란히
늘 예전에 그 길을
아주 익숙한 듯이
함께 걸어왔었던 것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주위의 사물들을
아랑곳 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말도
시선도 주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간다
손과 팔은 닿을 듯이 말듯이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가는 내내
그들의 동선과 간격은
신이 내린 저울보다 더 정확하였다
마침내
그 둘은 마지막 관문인
지하철 게이트까지 똑같이
동시에 체크하며 나오고
말없이 처음과 같은 동선으로
다시 반복을 시작한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는
그들의 행동은
누가 보아도 남남처럼 보인다
그 이후
나는 우측으로
그들은 좌측으로 빠져나가고
그리고 잠시 뒤
뒤돌아 서서
바라본 그들 모습
다시 처음 원점에서 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이게 집착일까 미련일까
2017.7.8. 토. 간월도 간월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