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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21. 2018

세상에서 가장 슬퍼하는 이

- 떠나고 난 후의 빈자리

2018.10.19. 55번 첫 버스 정거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퍼하는 이

- 떠나고 난 후의 빈자리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대여 생각해 보아라

나의 삶이 다해서
이 세상에 한 점의 흙이 되어가고 


내 떠난 후 너의 빈자리에
차가운 이슬 내려와
가을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네가 다시 태어난다면
또 다른 한 세상에
넋두리로 살아가지 말아라

내게 다시
삶에 기회가 오고
 곁에 서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면
 떠난 후 네 빈자리가
네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

이 한 많은 세상에
한없이 끝없는 사랑에
목이 메어와
봄날 작은 바람에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지며 떨어지는

어느 이름 모를 이에게 고하는
한 떨기 매화의 생애처럼
낙화의 아름다움이 찾아 오거든
슬픈 감성에도 동화되지도 말며

삶이 진정
네가 원하는 바에 따르고
이루어 지며 사는 삶이
네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길 바란다

네 삶이라 여기며 이리저리
떠나가는 바람에도 맡기지도 말며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고 하여
머무는 곳이 아니기를 또한 바라며


그렇다고 불어오는 갈대에도
이리저리 취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이제껏  내 인생이라고 불러본즉도
삶에 살아오는 과정들에
여정길이 이만저만 하였겠지만


아름다움만이 주는 선물에 싸여있는
포장만을 기억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늘에
저 흘러가는 구름에게 물어보었어


네 갈 길은 어디냐고
그렇게 정초 없이 떠도는 것이
네 삶의 일부분인
내 삶의 전부가 되어가듯이

하늘에 날아가는
저 새들에게 또 물어보았어


네 흔적은 남기고 지우고 다니냐고
하늘에는 지울 것도 남길 것도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면서 

지나가는 바람에게도 물어보았어
모든 인생의 삶들이
그저 내 이야기가
바람의 마음에도 미치지 못하냐고


네게서 불어 마다하지 않았던 삶도
이제는 바람에 내 몸 맡기듯이
어디든지 실려 떠나가기만을 바랬었지

그래도 이만큼이나 살아온 것이 기특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길이
그리 순탄치는 못하더라도
지금껏 살아온 여정길이
네 길이었으니까


자랑스럽게 살아왔었노라고 
자신 있게 네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아라

 붓끝의 한 점을
저 덧없는 하늘에 찍어
한 점의 낙점으로
날려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곧은 마음이
곧은 절개의 삶이길 바라지 마라
곧은 맹세가


네 심장에 쉴 새 없이 멈추지 않는
네 열정이라면
네 변치 않았던 곧은 마음이
그곳에서 시작되었다고도 말하지 말아라

네 마음이 변심된 마음을 가졌던 것도
곧게 맹세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지만


난 네가 이루어낸 이 현실들을  
꾸밈없이 꿈을꾸어 주었으면
진실로 바래본다

당돌하였던 네 미더운 마음들을
애석하고 당연하다고도 말하지 말아라


이 세상에
한 점의 눈물이 된들 무엇하며
이 세상에
한 점의 바람이 된들 어떠하랴

떠나는 것에는 새로운 만남이
늘 존재하듯이


저 무심코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니 라면
이내 한심한
내 자존심이 무기력해져 가고


이 세상에서

가장 슬퍼하는 이를 위해


저  강물에
내 눈물의 한 점이
물이 되어 강물이 되어 간다면
네 눈물의 한 점과  함께 띄워 보내주고


네 눈물이 바다로 같이
흘러 보낼 수 있는 사랑이라면 
잠시라도

내 곁에 머문 이를 위해 기도하리


너무 행복해서 눈물 흘렀던

너무 슬퍼서 눈물이 메말랐던 순간에

과연 나는
누구를 위해 울어줄 수 있을까 말이다


세상에 태어날 때는
세상이 나를 위해
청천벽력 개벽같이
나를 위해 울어주었지만


세상이 나를 떠날 때는
슬퍼하는 이는 있어도


나를 위해

진정으로 곡을 해주는 이가
어디 있으랴 마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본다

내게선 어느새 손 끝이 차가운 듯
내 손 호호 불어올라 오는 것이
네 지난 거울에
내 번뇌의 눈이

쌓여가기 시작할 때쯤이던가 

세월은 그렇게

흘러 우리 곁을 떠나고  


쓸쓸히 남는 것은
너와 내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

사랑과 이별과 인연의 만남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고 
또다시 세월을 붙잡고
떠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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