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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18. 2018

이별이 다가오면(이별여행)

- 나는 그대와 마지막 사랑을 원해요

이별이 다가오면(이별여행)

- 나는 그대와 마지막 사랑을 원해요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을 기억해주세요


그날이 아마도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던 날에

전날에 내렸던 눈들이 쌓여

마치 겨울왕국의 나라에 와있던 것처럼


햇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아침이슬을 머금고 다시 태어난

그대 떠날 때 눈물 지었던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은 상고대를

기억하시나요


그날도 박새 한 마리 날아와

그대 눈처럼 희고 맑은 손을 건네주며

새들의 작은 날갯짓에 가슴 울리던

그때를 아시나요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한 마리 저 새처럼

끝없이 펼쳐질 사랑을 꿈꾸면서 말이에요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마음 앞에

언제나 작아지는 나의 연민을 그리워하는 맘처럼

그렇게 사랑은

겨울에 작은 햇살에도 쉽게 무너져 버렸어요


마치

그대가 손에  잡으려고 하면

금세 부서져 녹아 사라져 가니 말이에요


그대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단지 나는 그대가 이별의 문턱을

아직 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러면 잠시라도

그대에게 못다 한 마지막 말의 일절과
그대에게 못다 부른 마지막 노래 한 소절만이라도
부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에요

그대가 손을 뿌리치지 않고
살며시 자연스레 우리가 처음에 그래 왔던 것처럼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걷 듯이 말이에요


그리고 훗날에 이렇게 말해주세요


이별은 예고된 만남이 아니라고
사랑은 준비된 이별의 쇠사슬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들의 만남이라는 존재가 
물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꼭 떠날 때는 말없이 기억해주기를 바래요

앵두
버찌
2018.6.13  금대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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