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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04. 2018

어느 나무의 자살(自殺)

- 사랑의 자살(自殺)

어느 나무의 자살(自殺)

- 사랑의 자살(自殺)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해 여름날

가을 채비도 못한 채
말라버린 네 잎새에


네 안의

모든 것을 불태우더니


가을이 오기 전에

그저 못다 이룬
남은 마지막 잎새에

먼저 물들이려고

이렇게 처절하게 몸부림 치고


네 모든 것을

다 살았다고 알리려 하였는지

만추가 가기 전에

네 모든 것을

털어내기에는

이 가을은 아직 멀었다


겨울 동장군이 오기 전에

불태우지 못할 거라


겨울채비에

너도 제 목숨 연줄처럼
한가닥

실바람에 떠나보내는구나


가을 찬 바람 불어오기 전에  

떠난 사람


나무가 자살하면

내 마음의 사랑도 자살한다


2018.10.3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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