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생각들
나는 일기를 꾸준히 쓰지는 않지만, 마음이 심란해지면 일기를 쓰는 편이다. 말은 일기라고 했지만 사실 그냥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둘에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일기에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는다면, 생각정리소에는 추상적인 이야기들만 담긴다. 내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지명이 어디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를 알지 못하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될 것이다. 정말 ‘추상’ 그 자체의 이야기들, 나의 머릿속 생각들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일기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다량 첨가되어 있어, 정말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일기를 공개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일기는 어쩌면 나의 약점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적는 목적은 나의 복잡한 생각,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복잡함을 느낀 주체가 나 스스로이기에, 내가 정리해 봤자 정갈하게 정리된 혼돈에 불과해진다. 혼돈이 아무리 잘 정리되어 봤자 해결책은 없다. 날 더 체계적으로 혼란하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남이 보면 해결책을 쉽게 제시할 수 있다. 나에 대해 몰라도 내가 정갈하게 정리한 혼돈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 어쩌면 나와 공감할 수 도 있고 내게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도 있다. 그렇기에 나를 조금, 어쩌면 그것보다 좀 더 많이, 인터넷상에 드러내기로 했다.
아마 몇은 이 글을 포함해서 아래의 글들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 이렇게 우울했나?’라든가 ‘복잡 미묘하게 다운되어 있네…’ 혹은 ‘이걸 이렇게까지 생각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근데 난 모두를 이해한다. 사람 성향이 다른 것이고, 난 이런 사람이다. 모두가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나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한 번 이해하고,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글이 굉장히 우울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건 내 생각을 쏟아낸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쏟아내고 나면 더 이상 내 머릿속에 그런 생각은 없다. 나를 우울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는 말했지만, 사실 내가 뭐라고 말하든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누가 보기에는 우울한 사람일 수 있고, 누가 보기에는 그저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일 수 있는 거다. 사람과 그 사람이 가진 관점의 차이다.
개요가 꽤나 길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엄청난 감사를 표하고 싶다. 영양가 없는 이런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는 것은 필자를 존중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냉소적인 면모도 있을 거고, 바다 밑에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긴 잡설을 끝내고, 여기까지 카테고리 설명을 읽어줘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