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불안의 재정의-FOMO에서 연결 욕구까지

by 늘람

⚠️ 이 글의 성격에 대한 안내

이 글에 포함된 분석과 추론은 저자의 개인적 사유에 기반한 탐구 과정이다. 언급되는 각 연구들은 다양한 한계가 존재하며, 그 정확한 해석과 의미는 관련 분야 학자들의 추가 연구가 축적되어야 명확해질 수 있다. 이 글은 '확정적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 볼 만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풍요 속의 빈곤

우리는 정보의 풍요 속에서 지혜의 빈곤을, 연결의 풍요 속에서 친밀감의 빈곤을 경험한다. 수십억 개의 삶이 손에 든 스마트폰 안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지만, 마음은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더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1955년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우리가 경험하는 분리는 일종의 착시다.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착시가 디지털 화면 너머로 새로운 형태를 취하는 것을 목격한다. 무한한 가능성, 유한한 주의력, 그리고 배제에 대한 두려움. 이 세 가지가 만드는 갈등 속에서 현대인은 흔들린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오래된 감정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런 불안감을 FOMO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Fear of Missing Out. 무언가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표현이 학술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2004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패트릭 맥기니스(Patrick McGinnis)가 학교 신문에서 이를 언급하면서부터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감정 자체는 훨씬 오래된 것 같다. 인류가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존재했을 소속감에 대한 갈망, 배제에 대한 두려움이 21세기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은 아닐까?


예전에는 자신이 속한 작은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알면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삶이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더 의미 있는 만남을 갖고 , 더 중요한 정보를 접한다.


그런데, FOMO라는 감정에는 존재론적 차원의 질문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 이곳에 있지만, 정말 이곳에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가능성 뒤에는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하는.


신호와 잡음 사이에서

FOMO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신호와 잡음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고 한다. 정보이론에서 신호(signal)는 의미 있는 정보이고, 잡음(noise)은 의미 없는 간섭이다. FOMO는 본질적으로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뇌의 과민반응이다.


모든 알림이 중요해 보이고, 모든 업데이트가 놓치면 안 될 신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대부분은 잡음이다. 문제는 사전에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99개의 잡음 속에 1개의 중요한 신호가 섞여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과학자들이 들여다본 마음의 지도

2013년 로체스터 대학의 앤드류 프르지빌스키(Andrew Przybylski) 교수팀이 FOMO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들이 《컴퓨터와 인간 행동》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주로 영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흥미로웠다.


FOMO가 높은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소셜미디어를 더 자주 사용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 가 충족되지 않을 때 FOMO가 더 강해지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이 연구에서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까? FOMO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걸까, 아니면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해서 FOMO가 생기는 걸까? 이 연구는 자기 보고식 설문에 의존했기 때문에 응답자의 주관적 인식에 좌우될 수밖에 없었고, 횡단 연구였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포착하지 못했다.


2017년 캐롤린 배리(Carolyn Barry) 교수팀의 후속 연구에서도 청소년들의 FOMO와 정신건강 문제 사이의 관련성이 보고되었지만, 역시 인과관계보다는 상관관계 수준에서의 발견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연구들이 FOMO를 주로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무언가를 놓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항상 부정적인 것일까? 어쩌면 이런 감정에는 더 적응적인 측면도 있을지 모른다.


뇌 속 보상 회로의 새로운 무대

FOMO를 이해하려면 인간 뇌의 사회적 보상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이 흥미롭다.


1997년 볼프람 슐츠(Wolfram Schultz)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는 도파민 시스템의 핵심을 보여주었다. 도파민은 보상 자체보다는 예상치 못한 보상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예측 가능한 보상에는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지만, 무작위로 주어지는 보상에는 강력한 도파민 분비가 일어난다.


이 발견을 디지털 환경에 적용해 보면 매우 흥미로운 연결점이 보인다.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댓글, 메시지는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확인할 때마다 "혹시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고, 실제로 알림이 있으면 작은 만족감을 느낀다. 이는 마치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같은 간헐적 강화의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과거의 '예상치 못한 보상'은 대부분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반면 디지털 시대의 보상들은 종종 상징적이고 추상적이다. 좋아요 하나, 댓글 하나가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우리 뇌는 마치 중요한 보상을 받은 것처럼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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