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네트워크형 관계 - 약한 연결의 힘

by 늘람

⚠️ 이 글의 성격에 대한 안내

이 글에 포함된 분석과 추론은 저자의 개인적 사유에 기반한 탐구 과정이다. 언급되는 각 연구들은 다양한 한계가 존재하며, 그 정확한 해석과 의미는 관련 분야 학자들의 추가 연구가 축적되어야 명확해질 수 있다. 이 글은 '확정적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볼 만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50명의 벽, 그리고 그 너머

1992년,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영장류의 신피질 크기와 집단 크기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침팬지는 약 50마리, 고릴라는 약 30마리의 집단을 이루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간은?


던바는 인간의 신피질 비율로 계산했을 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상한선이 약 150명이라고 결론지었다. 이것이 유명한 '던바의 수(Dunbar's number)'다. 실제로 수렵채집 사회의 부족 크기, 신석기 시대 마을의 규모, 로마 군단의 기본 단위가 모두 100-200명 사이였다.


그런데 2025년 현재, 한국 20대의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는 평균 수백 명이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팔로잉을 합치면 천 명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동시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활동하고,

게임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며, 다양한 팬덤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만약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사회적 능력을 확장시킨다면, 만약 수백, 수천 명과의 약한 연결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면, 던바의 수는 깨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관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져본다.


던바의 수, 그리고 그 이후의 발견들

원래의 발견

던바의 1992년 연구는 비교적 단순했다. 38종의 영장류에서 신피질 비율과 평균 집단 크기를 조사했고, 그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인간의 신피질 비율로 외삽하면 약 150명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에는 인지적 한계가 있다. 각 개인의 이름, 얼굴, 성격, 관계, 최근 상황을 기억하고, 그들과의 상호작용 이력을 추적하려면 상당한 뇌 용량이 필요하다. 신피질의 정보 처리 능력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관계의 수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많은 전통 사회에서 150명 정도의 규모가 관찰되었다. 후터파(Hutterite) 공동체는 150명이 넘으면 분리했고, 18세기 영국 마을의 평균 크기도 비슷했다. 던바의 수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법칙처럼 보였다.


최근의 재평가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 이론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던바 본인도 자신의 이론을 정교화했다. 150명이라는 단일 숫자가 아니라, 계층적 관계망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수정된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관계는 동심원처럼 층을 이룬다. 가장 안쪽 5명은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이고, 그 바깥 15명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가까운 친구들이다. 50명 정도는 자주 연락하는 좋은 친구들이며, 150명까지는 의미 있는 교류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500명, 1,500명으로 원은 점점 넓어지지만 관계의 밀도는 점차 옅어진다. 이런 계층 구조에서 각 단계는 대략 3배씩 증가하며, 각 계층마다 관계의 깊이와 상호작용 빈도가 다르다.


더 나아가, 2021년 스웨덴 연구팀(Lindenfors et al.)은 던바의 원래 연구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더 많은 영장류 종을 포함하여 재분석한 결과, 신피질 크기와 집단 크기 사이의 상관관계가 던바가 주장한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던바의 수를 지지하는 추가 증거를 제시하는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 더 유연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 이전의 데이터에 기반한 이론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약한 연결의 놀라운 힘

보스턴에서 발견된 패턴

1973년,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The Strength of Weak Ties"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사회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라노베터는 보스턴 지역에서 최근 직장을 옮긴 전문직 종사자 282명을 인터뷰했다. 그는 그들이 어떻게 새 직장 정보를 얻었는지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새 직장 정보의 84%가 '약한 연결'에서 나왔다. 가끔 만나는 지인, 옛 동료, 친구의 친구 같은 사람들이었다. 반면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서 정보를 얻은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왜 이런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까?


강한 연결의 한계

그라노베터의 설명은 명쾌했다. 가까운 친구들끼리는 대부분 같은 정보를 공유한다. 같은 장소를 다니고, 비슷한 사람들을 알고, 유사한 정보원에 접근한다. 네트워크 이론 용어로 말하면, 강한 연결들은 밀집된 클러스터(dense cluster)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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