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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Dec 04. 2019

판타스틱한 삶과 교육에 대하여

64-2. 영화 <캡틴 판타스틱>를 보고 나눈 대화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1권과 영화 1편을 봅니다.

* 매주 한 명의 에디터가 쓴 리뷰와, 여러 에디터가 함께 나눈 대화가 각각 업로드됩니다.


* 10월의 주제는 [자연]입니다.

1. 책 『랩걸』(2017), 호프 자런

2. 영화 〈캡틴 판타스틱〉(2016), 맷 로스


이번 대화에는 이주, 다희, 박루저, 동석, 일벌레가 참여했습니다.

이 대화는 이주 에디터의 리뷰, '사는데에 정답이 있나요?'를 읽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neuvilbooks/346


영화를 본 감상


다희 : 영화를 보면서 나중에 반전이 있을 줄 알았어요. 벤 가족이 처음에는 이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점점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서 엄마인 레슬리도 사실 벤 때문에 미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벤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요. 벤의 행동들이 어떻게 보면 아동학대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지도 않아요... 영화 자체는 예쁜 장면들이 많아서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마지막까지 스쿨버스 오는 소리가 안나서 그냥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동석 : 영화를 보고 나서 몇몇 리뷰들을 찾아봤어요. 리뷰에서는 벤을 기존의 사회에서 반항적으로 떨어져 나온 사람이라고 평가하더라고요. 저는 벤이 이상적으라고 꿈꾼 방식을 아이들에게 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일종의 다른 폭력이 된거죠. 친척들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나 아이들에게 말을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꾸짖는 모습이나 권리장전을 외우게 시키는 모습에서 그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자연스럽달까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할 수도 있고 순차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이런 삶을 살 생각이 있냐 하면 못 살거 같아요.


박루저 : 저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조금 불편했어요. 교육의 방식이 좀 폭력적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물리적으로 아이들이 다쳐서라기보다는, 교육자로서의 편견을 가지고 자신의 기준에서 옳다는 것만 가르치기 때문이에요. 아빠의 기준에서 이건 맞고 다른 건 다 틀렸다를 주입하는거죠. 그러다가 벤이 점차 자기 생각도 틀릴 수 있다고 깨닫고,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본주의를 직접 느끼고 깨닫게 오죠.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세계관이 깨져나가는 모습이 더 이상적으로 보였어요.

이주 : 제가 발제문에 이상적이라고 썼던 것은 막 정말 이상적이라기 보다는,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되거나 여겨질 수 있는 방법이지만 현실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렵고 이상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나름 저렇게 생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체력도 길러지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요. 요즘 많이 지쳐있어서 그런지 저렇게 몇달만 살다 오고 싶어요.



벤 가족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박루저 : 예컨대 유토피아/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 중에 <멋진 신세계>를 보면, 그 안의 세계는 겉에서 보면 디스토피아일지 몰라도 실제로 안에서 살고 있다면 유토피아가 확실해 보이거든요. 반면에 <캡틴 판타스틱>을 보면서는 이걸 유토피아라고 제시한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그려진 세계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신세계라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부족한거죠.

다희 : 제가 제일 어색하게 느꼈던 부분은 벤 가족이 자연 속에서 자기들끼리 살거면 좀 더 실용적인 것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 과거 철학자들의 학문을 배우면서 산다는 점이었어요. 어쩌면 감독이 말하려고 한 게 어떤 체제도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요. 모두가 평범하다고 여기는 것도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상하기도 하고요. 결국 완벽한 이상적인 체제는 없는 것 같아요.

동석 : 저는 아이들에게 시켜서 마트를 터는 장면이 별로였어요. 장면 자체가 재밌고 없고를 떠나서, 그런 자본주의 사회가 싫어서 자연에서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 또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뺏는 것을 저항이라고 합리화시키는 느낌이었어요. 물건을 뺏는것은 기본 헌법에 따라서도 처벌 받아야 하니까요.(웃음)

이주 : 그래도 저는 아이들을 마냥 어린 아이로 보지 않고,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답해주는 것이나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박루저 : 전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건 어떤 분야든 절대 49프로를 못넘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마치 책에 모든 정답이나 지혜가 담겨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실제로 내가 판단하고 느끼면서 배우는 게 아니라 책으로 배운 당위가 먼저 있는거죠. 그래서 말로는 알지 몰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모습들이 많아요. 지식이 아니라 편견만 늘어나는 거죠. 이 영화에서의 아빠인 벤도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아빠에게 반항을 하는 렐리안이진짜 난 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다희 : 벤과 아내는 분명 현대 사회에서도 살았던 것 같은데 산속으로 들어가기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요. 뭔가 분명 많이 배운 이를테면 고학력자 같은데 본인들이 배웠던 것이 별로라고 생각하고 그 반대의 것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딱 엄마가 죽은 이후부터 진행되고 그 이전의 상황이 전혀 안 나와서 추측할 수 밖에 없었어요. 엄마가 왜 우울증을 갖게 되었는지, 남편이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동석 : 엄마의 역할은 가족을 밖으로 꺼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해요.


다희 : 유언장도 정말로 본인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주 : 앗, 유언장은 당연히 진짜 유언장 아니었을까요? 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요.

박루저 : 중간에 엄마가 이전의 편지들을 모두 버려달라고 하는데 그 편지들이 그동안 했던 고민의 흔적 같아요. 이런 삶을 사는 것이 맞는가 그런 고민들을 계속 하면서 편지를 주고 받았으나, 나중에는 그 지난 고민들을 날려버리고 최종적으로 유언장을 남긴 것 같아요.


이주 : 저는 사실 그 교육의 내용이나 시스템 보다는 벤이 그 속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봐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딸이 다치는 사건을 겪고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농장에서 살면서 학교도 다니잖아요. 어느 정도 타협을 하게 된 거죠.

다희 : 저는 오히려 마지막 장면을 그들이 세상에 나와서 산다기 보다는 자기들끼리 자급자족하면서 살게 되는 삶이라고 느꼈어요. 스쿨버스가 온다고 했는데 끝까지 오는 소리가 안 들리더라고요. 정말로 왔을까요?

박루저 : 아무래도 영화에서는 현실에 실제로 있는 그럴싸한 수준의 홈스쿨링을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극단을 보게 해서 결국에는 그 사이의 절충을 찾아가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좋은 교육은 무엇일까?


일벌레 : 북유럽과 러시아 북부에는 북극 가까이 사는 사미라는 민족이 있어요. 자연 속에서 살면서 약간 큰 도시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데 자기들의 정부가 있고 언어도 따로 쓰고 학교에서도 자연에 친화적인 삶을 더 많이 배워요. 방학 때는 꼬마 애들이 직접 불을 다 피우면서 살아가는 식으로요. 내부인 중에서도 답답해서 나가는 사람이 있고, 오히려 외부인이 그 삶을 동경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영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민족이 생각났어요.

박루저 : 저는 우리나라에도 홈스쿨링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대안학교도 지금은 대안학교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초등,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대학교를 갈 지 말 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거의 없고... 결국 초중고를 지나오면서 다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깎이고 깎이다 보니 새로운 것을 떠올릴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철학은 제3세계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주 : 고대, 또는 20세기 초만해도 그 당시에 뭔가 학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이 10대나 20대잖아요. 물론 평균수명이 다른 시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형화된 입시 교육 때문에 정말로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배우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동안 다른 걸 한다면 얼마나 많이 할 수 있을지... 그래서 저는 입시 교육이 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다희 : 그런데 일부 홈스쿨링이 위험한 것은 종교 등의 이유로 잘못된 신념에 심취해서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학교도 안 보내고 성경 관련된 것들만 가르치는 식으로요. 홈스쿨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신념으로 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벌레 : 아까 이야기했던 사미의 교육은 홈스쿨링을 하더라도 주변에 다른 또래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일부 홈스쿨링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사회적인 활동이 없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일정한 시간 이상 또래의 친구들과 같이 섞여있는 것 자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데 홈스쿨링은 혼자서 하고 학원은 가도 수업만 듣고 집에 가다보니 친구들과의 교류는 하기 어렵거든요.

박루저 : 교육에는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한데, 선생님에서부터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가지고 '그렇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는 거야, 근데 너한테는 틀릴 수도 있어'가 되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무조건 맞다라는 인식이 깔려있으니, 선생님 또는 부모님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감각을 키워가는 것 같아요. 마음대로 질문도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 몰래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런게 없어지는 거죠.

동석 : 교육이라는 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교육하는 것도 있는데 사회의 체제에서 자기네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게 만들어 놓는 게 어릴 때는 쉽지만, 나중에 하려면 힘드니까요. 학교에서 사람들을 쥐어짜는 것도 입시를 하면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어요. 이 길로만 가려고 하지 이걸 깨야한다는 생각을 못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또 엄마 세대나 윗세대는 우리 애가 공부를 잘해야 고생을 안 하지라고 생각을 하다보니 지금의 교육이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이주 : 오늘 발제에 오면서 교육 정책과 관련된 기사를 읽었는데요, 최근 대학교 입시에서 학종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커진 것 때문에 다시 정시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해요. 사실 학종 자체도 취지는 좋은 것이었는데 그 정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쁘게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교육 정책이나 시스템이 바뀐다고 해도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대학에 가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걸 해도 행복하구나 라고 바뀌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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