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600마력대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대차는 역대 최고 성능의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선보였다. 해당 모델은 시스템 총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78.5kg.m를 내는 듀얼 모터와 각종 고성능 전용 사양이 탑재돼 0-100km/h 3.4초, 최고 속도 260km/h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은 대부분 수입 브랜드에 몰려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아이오닉 5 N의 출시를 기념해 그간 등장했던 국산 고성능 모델을 몇 가지 살펴보았다.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프라다
이전에도 현대차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 국산 2도어 쿠페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200마력 이하 출력으로 앞바퀴를 굴리는 구성인 만큼 스포츠카보단 스포츠 루킹 카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2008년 제네시스 쿠페가 등장하며 국산 고성능 차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정통 후륜구동 쿠페로 개발된 제네시스 쿠페는 2.0L 터보 및 3.8L V6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303마력을 발휘했다. 각종 모터스포츠 무대에도 투입돼 국산 스포츠카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려 준 모델로 평가된다.
본격적인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가장 빠른 국산 내연기관 차 타이틀을 10년 넘게 유지 중인 모델도 있다. 바로 '제네시스 프라다'다. 지난 2011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시된 모델로 북미 사양의 5.0L V8 타우 GDI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2kg.m로 당시 국산 세단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발휘했는데, 0-100km/h 가속은 4.8초, 0-200km/h 가속은 무려 14~15초에 끊었다.
기아 스팅어 GT
어울림모터스 스피라
이후 시간이 흘러 2017년,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에 크게 공헌한 역사적 모델 '스팅어'가 등장했다. 5도어 GT 콘셉트로 개발된 스팅어는 3.3L 터보 기준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2kg.m의 강력한 파워와 튼실한 섀시, 하체 조율을 기반으로 훌륭한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이를 바탕으로 0-100km/h 가속 4.9초, 최고 속도 270km/h를 발휘하는 등 가장 빠른 국산차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스팅어는 호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 지난 6월 단종 당시 해외 팬들의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국산 최초이자 유일한 미드십 스포츠카도 존재한다. 수제 스포츠카 제조사 어울림모터스가 2010년 선보인 '스피라'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차에서 공급받은 2.7L 델타 엔진을 기반으로 4가지의 출력 세팅을 제공했는데, 최상위 트림 EX의 최고 출력은 500마력, 최대 토크는 55kg.m에 달한다. 현재 기준으로도 놀라운 0-100km/h 가속 3.5초, 최고 속도 315km/h를 발휘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해 판매량은 26대에 불과했다. 한편 지난 6월 사업을 재개한 어울림모터스는 전기 슈퍼카 '스피라 2'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아 EV6 GT
현대차 아이오닉 5 N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국산차의 성능 수준이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작년 출시된 기아 EV6 GT는 공개 당시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유명 브랜드의 슈퍼카들을 드래그 레이스에서 이겨버리는 모습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바 있다. 고성능 듀얼 모터를 탑재해 시스템 총 출력 585마력, 최대 토크 75.5kg.m를 내며 0-100km/h 가속 3.5초, 최고 속도 260km/h의 고성능을 발휘한다. 성능 대비 저렴한 7,200만 원의 시작 가격이 책정돼 다시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EV6 GT를 넘어 최강의 국산차 타이틀을 거머쥔 아이오닉 5 N은 단순히 강력한 성능을 넘어 운전 재미를 더해 줄 사양으로 무장해 관심이 집중된다. 전후륜 구동력을 11단계에 걸쳐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으며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를 사용하면 초심자도 프로 드라이버처럼 드리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8단 DCT의 변속감을 모사한 'N e-쉬프트', 외부에도 강렬한 가상 사운드를 방출하는 'N 액티브 사운드' 등 그룹 최초 사양이 다수 적용돼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