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펄펄 날던 완성차업계가 오랜만에 국내 판매 부문 역성장을 거뒀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 브랜드가 기록한 내수 판매량은 총 11만 4,8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8% 감소했다. 업계가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역성장을 거둔 것은 작년 8월 이후 11개월 만의 일이다.
개별소비세 감면 종료와 하반기 대거 출시되는 주요 차종 등이 실적 하락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올해 뚜렷한 신차가 없어 부진에 허덕이던 르노코리아는 수출 부문까지 꺾이면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르노코리아의 7월 글로벌 실적은 현대차·기아 주요 단일 모델 판매량조차 넘지 못했다.
전년 대비 71% 감소
잘 나가던 수출까지…
르노코리아는 7월 한 달간 내수·수출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1% 감소한 4,835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올해 2분기부터 2천 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9% 줄어든 1,705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컨테이너선까지 활용하여 상반기 누적 5만 2,577대를 기록했던 수출 실적도 급감했다. 지난달 르노코리아의 수출 판매량은 전년 대비 74.8% 감소한 3,130대였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주력 수출 모델 XM3가 수출형 신규 모델 출시 준비에 들어가고 유럽 지역 여름휴가 시즌에 따른 선적 일정 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연간 총수출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수출 주력 모델 XM3
유럽서 페이스리프트
2020년 7월 데뷔 이후 3년 만에 누적 20만 대를 수출한 XM3(수출명 아르카나)는 유럽 현지 시장에서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르노 본사는 지난달 2024년형 아르카나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을 공개하고 조만간 판매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 아르카나는 기존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브랜드 최신 기조에 따라 디테일을 수정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 그릴부터 범퍼 그릴, 공기 흡입구에 이르는 공간을 모두 벌집 형태의 패턴으로 바꾸고 전·후면 돌출형 로고를 내장형으로 탑재했다. 파워트레인과 안전·편의 사양은 현행 모델과 동일하다.
내수 반전 요소 없다
내년 HEV 신차에 사활
XM3 신차 효과를 통해 하반기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다 해도 내수 부진은 여전히 숙제다. 현재 주력 모델인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뛰어난 연비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싼타페, 쏘렌토 등 주요 차종 신차가 쏟아질 하반기 내수시장에서 르노코리아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결국 르노의 터닝포인트는 프로젝트명 오로라로 개발 중인 신차에 달렸다. 르노코리아는 2024년 하반기 중형 하이브리드(HEV) SUV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3개의 신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출시될 중형 하이브리드 SUV는 볼보의 CMA 플랫폼과 최신 파워트레인 기술을 적용하여 국내외 시장에 판매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