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1913년 설립 이후 수차례 파산 위기를 겪으며 순탄치 않은 경영 역사를 써왔다. 초기부터 여러 차례 법정관리와 자금 조달에 시달리면서 브랜드 역사 대부분이 적자와의 싸움이었다는 타이틀도 붙었다.
최근에도 전기차 전환 지연, 높은 부채 부담, 잇따른 적자 기록 등으로 위기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설립 이후 애스턴 마틴은 지속적인 자금난에 시달렸다. 1920년대에도 파산 위기에 직면했고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며 불안한 경영이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1975년에는 법정관리 후 법원 감독 하에 매각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창업 60년 동안 7번의 파산 위기를 경험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수십 년간 포드, 네델란드 투자회사 Investindustrial 등 여러 재무적 인수·합병 주체가 교체되면서 부채 규모는 계속 누적됐다. 2012년에는 Investindustrial이 지분 37.5%를 인수하며 자본이 유입됐지만 이후에 이어진 또 다른 자본 유입과 채무 이슈가 반복됐다.
애스턴 마틴은 ‘007시리즈’ 영화에 등장하며 브랜드 명성은 확보했지만 연간 판매량은 낮은 숫자를 유지해 왔다. 2023년에는 약 6,620대 판매에 그쳤고 2024년에는 오히려 6,030대로 9% 감소했다. 고급 라인업에 집중한 전략은 평균 판매가를 높였지만 이는 곧 높은 생산 원가와 재고 부담으로 돌아왔다.
애스턴 마틴은 007 브랜드와의 시너지로 ‘판타지 소비’를 누렸지만, 실제 재무 성과는 다르다. 애스턴 마틴은 2022년 순손실 약 8,662억 원, 2023년 순손실 약 4,200억 원, 2024년 영업손실 약 1,750억 원, 2024년 순손실 약 5,652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 말 애스턴 마틴의 순부채는 약 2조 30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재정 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2024년 애스턴 마틴은 전세계 직원의 약 5%를 감원했다. 이는 연간 약 437억 원의 절감을 목표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생산 효율화와 모델 라인업 조정, SUV와 하이퍼카 중심의 “고마진 전략”이 진행 중이다.
애스턴 마틴은 2025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내연기관 분야 중단과 전기차 전환 시점을 2026년에서 2030년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환과 고성능 하이퍼카(발키리, 발할라)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EV 전환의 지연은 업계 내 입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20세기 동안 90% 적자를 기록한 브랜드"라며 애스턴 마틴의 역사적 재무 구조의 취약성을 우려한다. 중국·미국 등 주요 시장 회복, 공급망 안정, EV 기술 전환에서의 실행력, 그리고 부채 장벽이 낮아지느냐 여부가 향후 1~3년 생존의 핵심이다.
애스턴 마틴은 110년 역사의 상징성과 007 브랜드 연계 파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적자’, ‘높은 부채’, ‘전기차 전략 늦춤’의 삼중고를 안고 있다. 구조 조정·비용 절감·하이퍼카 라인업을 통해 재탄생을 꾀하고 있지만 이는 모빌리티 대전환의 파도 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인지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