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외국계 완성차 기업인 한국GM은 “법이 시행되면 본사 차원의 한국 사업장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철수라는 단어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떠날 수도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과거 사례와 맞물려 현실성이 크다. GM은 이미 호주·태국·유럽·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한 전례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2018년 공적자금 8,100억 원을 지원받아 가까스로 잔류를 결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약속의 기한은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군산공장 폐쇄, 서비스센터 매각 등 축소 행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통과되자 자동차 업계 전반의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한국GM 비자레알 대표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은 이미 노사 리스크가 큰 나라”라며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 본사에서 한국 사업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다른 기업인들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재고를 요청했으며, 이는 업계 전반의 우려를 대변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동부는 “통상적인 의견 교환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 있던 업계 관계자들은 이 발언이 사실상 ‘철수 가능성 시사’라고 받아들였다.
실제로 GM은 해외에서 노사 불안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주요 시장을 잇달아 접은 전력이 있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철수했고, 한국 역시 검토 대상에 올랐었다. 다만 2018년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10년 잔류를 약속했으나, 군산공장 폐쇄와 생산량 축소는 막지 못했다. 현재 잔류 약속 기한은 2027년으로,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GM 생산 차량에도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경쟁력은 한층 약화됐다. GM 본사가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강화하며 차종 공동개발에 나선 것도 한국GM의 입지를 더 좁히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본사가 한국을 굳이 유지할 유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GM 철수 결정을 앞당길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GM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법은 원청-하청 구조로 얽힌 자동차 산업 전체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권리를 확보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 부품업체까지 경영 불확실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결국 투자 유치도 위축돼 미래차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노사관계 이슈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GM이 철수 카드를 다시 꺼낸 시점에서, 자동차 제조업 생태계 전체가 불안정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의 이탈은 수만 개 일자리와 수백 개 협력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미 정부에 보완 입법과 유예기간 설정을 촉구하고 있다. 재계 6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경영환경은 한국 투자 매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며 “정부가 즉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대치 속에서 기업 현실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국이 얼마나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노사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는 지금, “제2의 군산 사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고용의 핵심 축이지만, 그 기반이 흔들린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노란봉투법의 후폭풍이 ‘한국 제조업의 종말’을 불러오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