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기아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는 대한민국 대형 SUV 시장의 판도를 바꾼 모델이다. 웅장한 크기와 고급스러운 실내,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아빠들의 드림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편안함은 팰리세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모든 아빠가 부드러운 ‘순한 맛’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매력과 어떤 길이든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을 원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아빠들의 심장을 뛰게 할 자동차가 있다. 팰리세이드와 심장과 뼈대를 공유하는 형제이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내는 기아의 텔루라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북미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태어난 텔루라이드는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판매되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강인하고 남성적인 디자인과 팰리세이드를 능가하는 오프로드 감성으로, ‘진정한 상남자의 SUV’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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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텔루라이드는 기획 단계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 전략 모델이다. 포드, 쉐보레, 토요타 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3열 중형 SUV 시장에서 텔루라이드는 출시와 동시에 ‘북미 올해의 차’, ‘모터트렌드 올해의 SUV’ 등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상품성을 입증했고, 2025년 현재까지도 동급 최강자로 평가받으며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북미 시장에서만 8만 4천 대 이상 판매되며 전년 대비 15% 성장하는 등,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텔루라이드의 인기 비결은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압도적인 디자인에서 나온다. 심장부에는 최고출력 291마력, 최대토크 36.2kgf·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3.8리터 V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다.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차체를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이끌며,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디자인은 텔루라이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곡선과 볼륨감을 강조한 팰리세이드와 달리, 텔루라이드는 직선과 각을 살린 정통 SUV 스타일을 추구한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헤드램프와 각진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전체적으로 박스 형태를 유지하는 견고하고 남성적인 디자인은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내 역시 외관의 강인함과 대비되는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고급 가죽과 우드 그레인을 아낌없이 사용해 프리미엄 SUV 수준의 안락하고 럭셔리한 공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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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는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차’이다. 하지만 두 차량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히 다르다. 팰리세이드가 도심 속 안락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면, 텔루라이드는 아웃도어 활동과 오프로드 주행까지 고려한 모험가의 심장을 가졌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견인 능력과 특화 트림의 존재다. 텔루라이드의 최대 견인 능력은 일부 트림에서 최대 5,500파운드(약 2.5톤)에 달해, 5,000파운드(약 2.2톤) 수준인 팰리세이드보다 우위에 있다. 이는 대형 카라반이나 보트를 끌고 주말 레저를 즐기는 북미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다.
또한,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X-Pro’와 같은 특화 트림을 운영하는 것도 텔루라이드만의 차별점이다. X-Pro 트림은 더 높은 지상고와 올터레인 타이어, 강화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을 적용해 험로 주파 능력을 극대화했다. 팰리세이드가 잘 닦인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신사라면, 텔루라이드는 흙길과 자갈밭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탐험가에 가깝다.
아쉽게도 이처럼 매력적인 텔루라이드는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볼 수 없다. 기아의 북미 조지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어 현지 시장에 우선 공급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직수입(병행수입) 업체를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며, 높은 운송비와 인증 절차 때문에 팰리세이드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향후 출시될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의 국내 출시 여부 역시 아직 미정인 상태라 많은 국내 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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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텔루라이드는 ‘만약’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차다. 만약 이 차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다면, 팰리세이드가 장악한 대형 SUV 시장의 판도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부드럽고 세련된 팰리세이드의 매력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때로는 강인하고 든든한 텔루라이드의 ‘상남자’ 감성에 더 끌리는 소비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직수입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차로 남아있지만, 텔루라이드의 존재는 우리에게 자동차의 다양성과 또 다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젠가 대한민국 도로에서 팰리세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는 텔루라이드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