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메르세데스-벤츠
‘성공의 상징’, ‘회장님 차’의 대명사로 불리며 수십 년간 대한민국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왕좌를 지켜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그 견고했던 아성에 균열이 생겼다. 영원한 라이벌 BMW 7시리즈가 파격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앞세워 무섭게 추격하더니, 마침내 올해 판매량에서 S클래스를 넘어서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왕좌를 빼앗긴 S클래스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이에 벤츠 코리아는 그동안의 ‘콧대 높은’ 정책을 잠시 접고, 9월 한 달간 최대 3,790만 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재고떨이’에 나서며 왕좌 탈환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S클래스의 가격 문턱이 국산 플래그십 세단인 제네시스 G90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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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격적인 할인의 배경에는 S클래스가 처한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판매량 부진이다.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S클래스의 누적 판매량은 3,309대에 그치며, 3,992대가 팔린 BMW 7시리즈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7시리즈가 순수 전기차 모델인 i7을 필두로 강력한 신차 효과를 누리는 동안, S클래스는 별다른 모멘텀을 보여주지 못하고 점유율을 뺏긴 것이다.
여기에 곧 공개가 예정된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존재도 할인 폭을 키운 결정적인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신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기존 재고 모델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을 진행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S-클래스는 판매량 만회와 재고 소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할인 폭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가장 저렴한 엔트리 모델인 S 350d의 경우, 특정 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약 1,068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최상위 고성능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S 63 E-퍼포먼스는 최대 3,79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할인된다.
이미지 : 메르세데스-벤츠
이번 프로모션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S클래스의 가격 문턱이 국산 플래그십 세단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S 350d의 기본 가격은 1억 5,260만 원이지만, 최대 할인을 적용한 실구매가는 1억 4,192만 원까지 낮아진다. 이는 제네시스 G90의 최상위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한 풀옵션 모델(약 1억 4,057만 원)과 불과 135만 원 차이다. ‘G90 풀옵션’을 고민하던 소비자에게 “조금만 더 보태서 S클래스 오너가 되시죠”라는 유혹이 가능해진 셈이다.
그동안 S클래스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면 넘볼 수 없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번 할인을 통해 G90과 직접적인 비교 선상에 놓이게 되면서 프리미엄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산 최고의 세단을 살 것인가, 아니면 약간의 추가 비용으로 삼각별 엠블럼의 가치를 누릴 것인가를 두고 소비자들의 행복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9월 파격 할인은 라이벌에게 빼앗긴 1위 자리를 되찾아오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신형 출시를 앞둔 재고 소진의 목적이 짙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S클래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열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프로모션은 단순히 S클래스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BMW 7시리즈와의 왕좌 쟁탈전과 제네시스 G90과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하반기 플래그십 세단 시장 전체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S클래스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