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중국 전기차 거인 BYD의 17년간 이어져 온 전설적인 동행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가 최근 보유하고 있던 BYD 지분 전량을
하며, 투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고한 것이다.
이 투자의 시작에는 버핏의 오랜 파트너이자 '현인'으로 불렸던 고(故) 찰리 멍거의 강력한 혜안이 있었다. 멍거가 남긴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인 BYD와의 이별은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와 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대한 버핏의 복잡한 계산이 깔린 결정으로 해석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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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와 BYD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BYD는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가진 무명의 중국 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찰리 멍거는 BYD의 창업자 왕촨푸의 능력과 회사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워렌 버핏에게 강력하게 투자를 추천했다. 버핏은 처음에는 중국 기업 투자에 회의적이었지만, 멍거의 확신에 찬 설득 끝에 2억 3,200만 달러(약 3,300억 원)를 투자해 BYD 홍콩 상장 주식의 약 10%를 인수했다.
결과는 투자 역사에 길이 남을 '대박'이었다. 버핏의 투자 이후 BYD는 스마트폰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에 따라 버크셔가 보유한 BYD 지분 가치는 한때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훌쩍 넘어서며 수십 배로 불어났다. 17년간의 주가 상승률만 따져도 무려 약 3,890%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익률이다. 찰리 멍거의 통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버핏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장 빛나는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사진 출처 = BYD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2년 8월부터 BYD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2025년 10월 중순, 남은 주식 전량을 처분하며 17년간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버크셔는 매각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먼저 가장 직접적인 이유인 막대한
차익 실현
이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적절한 시점에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버핏 입장에서는 이미 수십 배의 수익을 거둔 만큼, 충분히 만족하고 떠날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투자를 처음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찰리 멍거가 2023년 말 세상을 떠나면서, BYD 보유의 상징성이 약화되었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날로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 역시 중요한 변수다. 미국 투자자가 중국 핵심 기술 기업의 주요 주주로 남아있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졌고, 향후 관세 전쟁이나 규제 강화 등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결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버크셔가 투자했던 2008년의 BYD는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초기 기업이었지만, 현재의 BYD는 이미 세계 1위의 거대 기업이다. 버핏은 BYD의 폭발적인 성장기가 끝나고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 출처 = BYD
워렌 버핏의 지분 전량 매각은 BYD에게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그동안 ‘버핏이 투자한 회사’라는 후광 효과는 BYD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이제 그 후광이 사라진 BYD는 오롯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찰리 멍거가 남긴 위대한 유산과의 아름다운 이별. 이는 한 시대의 성공적인 투자가 막을 내렸음을 알리는 동시에, 후광 효과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 BYD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