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중국산 제품, 특히 전기 자동차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동원하며 사실상 중국 전기 자동차의 북미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50개의 주로 이루어진 연방국이다. 연방 정부의 큰 방향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각 주 정부의 정책은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되거나, 혹은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연방 정부의 규제만 보고 미국 시장 진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다. 각 주 정부는 연방 정책 외에 독자적인 전기 자동차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투자 계획, 그리고 환경 규제 등을 운영한다. 이러한 주별 정책의 미묘한 차이는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변수가 된다. 어떤 주는 친환경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며 중국 전기 자동차에 '레드 카펫'을 깔아줄 수 있지만, 어떤 주는 강력한 자국 산업 보호 의지를 보이며 '높은 벽'을 세울 수도 있다.
강력한 환경 규제와 전기 자동차 보급 목표를 가진 캘리포니아와 뉴욕 같은 주들은 연방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 자동차에 잠재적인 기회 시장이다. 이들 주는 자체적으로 전기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운영하고 충전 인프라 확장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주 정부는 전기 자동차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제조사의 시장 참여를 장려할 수 있다.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친 전기차' 주에서 공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초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점차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갈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반면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미시간, 오하이오 등 미국 중서부 주들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자 강한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들 주는 자국 완성차 기업과 관련 산업 보호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강조하며 현지 생산 및 고용 창출을 전기 자동차 보급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주들은 연방 정부의 규제에 더욱 강력하게 동참할 가능성이 크며,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에는 시장 진입을 위한 넘기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 전기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미국의 복잡한 주별 정책 지형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규제가 있는 주를 우회하여 비교적 유화적인 주를 우선 공략하거나, 대중교통 또는 상업용 자동차 시장을 먼저 테스트 베드로 삼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특정 주에 소규모 조립 공장이나 배터리 팩 공장을 건설하여 '메이드 인 USA' 또는 '메이드 인 000 (주 이름)' 딱지를 붙이고 주 정부의 인센티브를 노리는 영리한 현지화 전략도 가능하다. 이처럼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은 일률적인 공략보다는 각 주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핀셋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 정부의 규제 기조가 중국 전기 자동차에 대한 강력한 견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50개 주 각각이 지닌 고유한 정치, 경제, 그리고 환경적 특성은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시한다. 일부 주에서는 가성비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에 침투할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다른 주에서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결국 중국 전기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여부는 연방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각 주 정부의 세부적인 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중국 전기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복잡다단한 지형을 읽어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국 각 주에서의 '전기차 쟁탈전'은 글로벌 전기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