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른 형제는 잘나가는데...”

by 뉴오토포스트

폭스바겐 ID.5, 1,300만 원 할인
어설픈 포지셔닝과 보조금 제외
'시한부 모델' 땡처리?

똑같은 전기차 플랫폼을 나눠 쓴 ‘배다른 형제’지만,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아우디 Q4 e-트론은 ‘가성비 수입 전기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반면, 폭스바겐의 야심작이었던 쿠페형 전기 SUV ‘ID.5’는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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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폭스바겐

출시 초기 3개월간 누적 판매량 200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폭스바겐코리아가 결국 ‘눈물의 재고떨이’에 나섰다.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전례 없는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국산 대표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 5와 가격을 맞추는 고육지책을 꺼내 든 것이다. 이는 폭스바겐의 가격 정책과 포지셔닝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완벽하게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보조금도 ‘자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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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폭스바겐

폭스바겐코리아가 11월 한 달간 ID.5를 대상으로 내건 할인 혜택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차량 가격(6,099만 원)의 기본 18% 할인(약 1,098만 원)에, 2025년형 모델에 한해 특별 친환경차 추가 보조금 명목으로 200만 원을 더 얹어준다. 이 두 가지만 합쳐도 총 할인 혜택은 1,298만 원, 약 1,300만 원에 달한다.

이러한 파격 할인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ID.5가 현재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개편안에 따라 5,500만 원~8,500만 원 구간 차량에 대한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LFP 배터리 탑재 여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예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한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 받지 못하는 보조금을 폭스바겐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현금 할인’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셈이다. 이는 어떻게든 재고를 소진해야 한다는 폭스바겐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모든 할인을 적용할 경우, ID.5의 실구매 가격은 6,099만 원에서 4,801만 원까지 수직 하락한다. 이는 국산 전기차 시장의 강력한 경쟁 모델로 꼽히는 현대 아이오닉 5 롱레인지 모델의 보조금 적용 후 실구매가와 불과 70여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 가격이다. ‘독일산 수입 전기차’라는 타이틀을 감안하면, 국산 전기차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이오닉 5와 ID.5를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판매 부진과 예고된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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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폭스바겐

폭스바겐이 이처럼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소진’ 전략이다. ID.5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34km(환경부 인증)로 ID.4(440km)보다 오히려 소폭 짧고, 유려한 쿠페형 디자인을 갖췄다는 점 외에는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출시 초기 이후 3개월간 누적 판매량은 고작 200대에 그쳤다.

이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배다른 형제’ 아우디 Q4 e-트론이 매달 수백 대씩 팔려나가며 수입 전기차 1위를 다투는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Q4 e-트론은 ‘가장 저렴한 아우디’이자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ID.5는 ‘폭스바겐’이라는 대중 브랜드의 한계 속에서, Q4 e-트론보다 크게 저렴하지도, 아이오닉 5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지도 못한 ‘어설픈 포지셔닝’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6,0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쓸 바에는, 몇백만 원을 더 보태 ‘네 개의 링’ 엠블럼이 달린 아우디 Q4 e-트론을 선택하거나, 아예 수백만 원을 아껴 사후관리가 편리한 국산 아이오닉 5, EV6를 선택했다. ID.5는 국산차와 프리미엄 수입차 사이의 ‘죽음의 계곡’에 빠져버린 것이다.

여기에 본사의 전략 수정도 치명타가 됐다. 폭스바겐 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SSP) 개발에 집중하고, 기존 MEB 플랫폼 모델들의 라인업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ID.5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2026년경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과 1~2년 뒤 ‘구형’이 될 것이 확실한 ‘시한부 모델’을 제값 주고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결국, 이번 프로모션은 국내에 도입된 물량을 단종 전에 모두 소진하기 위한 마지막 ‘땡처리’ 성격이 짙다.

절박함이 드러나는 프로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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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폭스바겐

폭스바겐 ID.5의 파격적인 할인은 국내 시장에서 독일산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에게는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이오닉 5와 비슷한 가격으로 독일산 수입 전기 SUV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폭스바겐에게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다. 아무리 ‘폭스바겐’이라는 거대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더라도, 해당 시장의 니즈와 가격 민감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어설픈 포지셔닝과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의 냉정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정된 재고로 진행되는 이번 ‘눈물의 재고떨이’가 끝난 후, 폭스바겐이 다시 한번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될지, 아니면 이대로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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