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사람 타라고 만든 건가"…

by 뉴오토포스트

레저 열풍에 3열 마케팅 대세
무리한 3열 확장의 최후
진짜 사람 태우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확산된 차박과 캠핑 열풍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온 가족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다인승 차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사의 SUV 라인업에 3열 시트를 구겨 넣은 ‘7인승 모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카니발 같은 거대한 미니밴이 부담스러워도, SUV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7명까지 탈 수 있다는 제조사의 광고에 혹해 지갑을 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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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유튜브 ‘Lexus of Richmond’

하지만 막상 차를 출고받고 3열에 사람을 태우려던 순간, 기대는 곧바로 분노와 당혹감으로 바뀐다. 카탈로그 속의 안락해 보이던 그 공간은 온데간데없고, 성인은커녕 어린아이조차 제대로 앉기 힘든 비좁고 기형적인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개도 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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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렉서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를 모델은 렉서스의 준대형 SUV, ‘RX L’이다. 렉서스 RX는 북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럭셔리 SUV 중 하나로, 안락한 승차감과 내구성을 인정받은 명차다. 하지만 3열을 추가한 롱바디 모델인 ‘RX L’만큼은 렉서스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최악의 설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디자인’과 ‘공간’의 모순에 있다. 렉서스는 기존 RX의 휠베이스는 그대로 둔 채, 차체 뒤쪽의 리어 오버행만 110mm 늘려서 3열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냈다.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한다. 렉서스는 RX 특유의 날렵하고 유려한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지붕 라인이 뒤로 갈수록 급격하게 떨어지는 ‘쿠페형 루프 라인’을 고수했다. 그 결과, 3열 시트의 헤드룸(머리 공간)은 사실상 소멸해 버렸다. 성인이 앉으면 목을 90도로 꺾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키가 작은 어린이조차 정자세로 앉으면 천장에 머리가 닿아버리는 기이한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렉서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3열 시트의 위치를 낮추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려 애썼지만, 이는 오히려 무릎을 가슴까지 올려야 하는 ‘쪼그려 앉기’ 자세를 강요하는 결과만 낳았다.

모두가 불행해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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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폭스바겐

다음은 수입 SUV의 대중화를 이끈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 티구안의 롱바디 버전인 ‘티구안 올스페이스’다. 이 차는 전형적인 ‘체급의 한계’를 무시한 무리수의 결과물이다. 티구안은 본래 준중형급의 컴팩트 SUV다. 아무리 휠베이스를 늘리고 공간을 확보했다고 해도, 태생적으로 7명이 탑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그릇이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3열에 누군가를 태우려면,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른다. 3열에 최소한의 무릎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2열 시트를 앞으로 바짝 당겨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넓고 쾌적했던 2열 공간은 순식간에 경차 수준으로 좁아진다. 결국 3열에 사람을 태우는 순간, 3열 승객은 좁아서 고통받고, 멀쩡했던 2열 승객까지 무릎이 닿아 고통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

카시트조차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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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마지막 주인공은 메르세데스-벤츠 GLB다. GLB는 GLA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콤팩트 SUV다. 그런데 벤츠는 이 작은 차체에 무려 7개의 좌석을 구겨 넣었다. 마케팅적으로는 ‘동급 유일의 7인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GLB의 3열은 성인 탑승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발을 놓을 레그룸 자체가 사실상 전무하다. 벤츠는 “신장 168cm 이하의 승객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만 타도 앞좌석을 발로 차게 되는 구조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안전장치인 ‘카시트’ 장착조차 버겁다는 점이다. 어린 자녀를 3열에 태우려 해도, 공간이 너무 협소해 카시트를 설치하고 아이를 앉히는 과정 자체가 곡예에 가깝다. 2열 시트를 접고 넘어가는 통로 또한 성인이 드나들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좁다. 결국 GLB의 3열은 사람이 타는 좌석이라기보다는, 트렁크 공간을 분할하는 격벽이나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잠시 엉덩이만 걸치는 ‘비상용 간이 의자’에 불과하다. 삼각별 엠블럼에 현혹되어 7인승 패밀리카로 이 차를 선택했다가는, 가족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진짜’ 3열이 필요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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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RX L,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벤츠 GLB. 이 차들이 나쁜 차라는 것은 아니다. 5인승으로 활용할 때 이 차들은 각자의 세그먼트에서 훌륭한 상품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조사가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3열 공간’과 ‘7인승’이라는 타이틀은 명백한 과장이자 소비자를 현혹하는 눈속임에 가깝다.

소형이나 준중형, 혹은 쿠페형 디자인의 SUV에 억지로 끼워 넣은 3열은 결코 안락한 이동 공간이 될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주말마다 부모님을 모시거나, 3명 이상의 자녀와 함께 이동해야 하는 ‘다인승 차량’이 진짜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애매한 파생형 모델에 눈길을 주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다인승을 고려해 설계된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카니발, 쉐보레 트래버스 같은 정통 대형 차종을 선택하는 것만이, 가족 모두의 평화와 행복을 지키는 유일한 정답이다. 자동차는 스펙 시트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탑승하는 가족들의 경험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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