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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물거품' 될 위기..."

by 뉴오토포스트
2030년 EV 배터리 생산이 수요 3배 초과
포드, 판매 둔화로 생산 35% 축소
파나소닉, GM 등 업계 전반에 '버블 붕괴' 조짐 확산


수년간 전기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투어 전동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며 급증하는 수요에 대비해 왔다. 특히 북미 지역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배터리 공장들이 건설되거나 계획되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야심 찬 투자들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제기되며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과연 전기 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통을 겪는 것일까, 아니면 '버블 붕괴'라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일까?

1ev32-1.jpg 사진 출처 = '기아'

전기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면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뜨거웠던 배터리 공장 증설 경쟁은 이제 차가운 역풍을 맞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자동차 제조사들과 배터리 공급사들이 판매 둔화와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생산 계획을 축소하고, 일부 프로젝트는 아예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대기업들의 배터리 관련 인력 감축 소식까지 전해지며, 전기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은 더 확산되고 있다. '대세'라고 믿었던 전기 자동차 산업이 예기치 않은 난기류에 휩쓸린 것이다.


EV 배터리 생산 능력, 수요의 약 3배 초과 전망

Depositphotos2-6.jpg 사진 출처 = 'Depositphotos'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전기 자동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실제 전기 자동차 수요의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북미 지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과잉 생산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배터리 생산 능력의 급격한 증가는 전기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낙관적으로 예측했던 과거의 투자 계획들이 현재의 둔화된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배터리 산업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n18-1.jpg 사진 출처 = '뉴스1'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 내 배터리 제조에 투자했던 기업 중 하나인 포드는 이미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포드는 파트너인 SK온과 함께 켄터키에 58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전기 자동차 판매 둔화로 인해 이미 배터리 생산 용량 계획을 35%나 줄였다. 또한, 북미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로 인해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이는 초기 투자자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압박과 시장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n19-1.jpg 사진 출처 = '뉴스1'

포드뿐만 아니라 GM도 전기 자동차 시장 둔화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운영하는 오하이오와 테네시 배터리 공장에서 1,550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단기적인 EV 채택 둔화와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따른 조치이다. 테슬라의 주요 공급업체인 파나소닉은 지난 7월 캔자스에 새로운 배터리 공장을 가동했지만, 테슬라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전면 생산 시점을 2026 회계연도 말까지 연기했다. 심지어 T1 에너지와 같은 일부 기업은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 자체를 취소하는 등, 전기 자동차 시장 전반에 걸쳐 암울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n1133.jpeg 사진 출처 = '뉴스1'

미국의 정치적 정책 변화도 전기 자동차 시장에 또 다른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전기 자동차 시장의 기울기를 내연기관차 쪽으로 다시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 전기 자동차 세금 공제 7,500달러를 폐지하고 배출가스 목표 미달에 대한 벌금을 없애는 등의 조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다시 내연기관차 생산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이미 둔화되고 있는 전기 자동차 수요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며, 배터리 시장의 과잉 생산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성 커진 전기차 시장, ‘냉혹한 현실’에 직면

yn1-6.jpg [이미지 : 연합뉴스]

전기 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과거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수요 둔화와 정책 변화는 배터리 생산 과잉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닌, '버블 붕괴'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물론 배터리 공급사들도 전략적 재평가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며, 투자자들 또한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


전기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축이지만, 그 성장 경로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배터리 생산 과잉과 수요 둔화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수적이다.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실제 수요를 자세히 분석하고,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전기 자동차 시장은 이러한 난관을 딛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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