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왜건’은 오랫동안 ‘무덤’으로 불려왔다. 세단처럼 생겼지만 뒤가 툭 튀어나온 생김새 때문에 ‘짐차’ 혹은 ‘장의차’ 같다는 비아냥을 들으며, 나오는 족족 처참한 실패를 맛봐야 했기 때문이다. 실용성 하나만큼은 최고라지만, ‘하차감’과 ‘멋’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왜건은 쳐다보지도 않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다.
그런데 최근, 이 견고한 편견을 단숨에 박살 낼 충격적인 모델이 등장해 전 세계, 특히 가정을 가진 ‘아빠’들의 심장을 맹렬하게 뛰게 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 출범과 함께 깜짝 공개한 플래그십 모델, ‘G90 윙백’ 콘셉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번 G90 윙백의 등장이 충격적인 이유는 ‘체급’과 ‘장르’의 파괴적인 결합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왜건이나 슈팅브레이크 모델은 C클래스나 3시리즈, 커봐야 E클래스나 5시리즈 같은 중형급 이하에서 파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F세그먼트라 불리는 플래그십 시장은 보수적인 정통 세단의 성역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조차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와 7시리즈의 왜건 버전은 만들지 않는다. 수요가 적고 자칫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 불문율을 보란 듯이 깨버렸다. G90 윙백은 G90 롱휠베이스 모델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전장과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초대형 럭셔리 왜건’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는 제네시스가 단순히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 단계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남들이 포기한 시장에 과감히 깃발을 꽂음으로써 브랜드의 기술적 자신감과 디자인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특히 G90 쿠페, G90 컨버터블(X 컨버터블)에 이어 이번 왜건형 모델까지 선보인 것은, 제네시스가 플래그십 라인업을 다변화하여 소수의 취향까지 만족시키는 ‘비스포크’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들이 보여주는 행보와 유사하다. G90 윙백은 단순한 파생 모델이 아니라, 제네시스가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G90 윙백의 디자인은 ‘왜건은 투박하다’는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존 세단 모델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섹시하다. 여기에는 제네시스의 고성능 디비전인 ‘마그마’의 디자인 철학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점잖은 회장님 차였던 G90이 레이싱 슈트를 입고 서킷에 등장한 듯한 파격적인 변신이다.
전면부는 마그마 특유의 스포티한 감성을 반영해 더욱 날렵해졌다. 크레스트 그릴은 슬림하게 다듬어졌고, 범퍼 하단에는 거대한 공기 흡입구를 배치해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측면부는 이 차의 백미다. 일반적인 왜건의 껑충한 루프라인 대신, 뒤로 갈수록 매끄럽게 떨어지는 ‘슈팅브레이크’ 스타일의 루프라인을 적용해 속도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마그마 전용의 확장형 펜더와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대구경 휠은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한 공격적인 자세를 완성한다.
후면부 역시 파격적이다. 밋밋하게 떨어지는 트렁크 대신, 공기역학을 고려한 루프 스포일러와 범퍼 하단의 과격한 디퓨저, 그리고 4개의 원형 배기구(쿼드 머플러)를 적용했다. 이는 이 차가 단순히 짐을 많이 싣기 위한 차가 아니라, 달리기 성능을 극대화한 ‘고성능 투어러’임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G90의 우아함에 페라리 GTC4 루쏘 같은 슈퍼 왜건의 야성을 더한 디자인은, 가족을 위한 공간과 운전자의 즐거움을 동시에 갈망하는 아빠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G90 윙백은 현재로서는 콘셉트 모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모델의 양산 가능성을 결코 낮게 보지 않는다. 제네시스가 최근 보여준 행보, 즉 콘셉트카(GV80 쿠페 등)를 거의 그대로 양산차로 출시해 온 전력을 볼 때, G90 윙백 역시 실제 도로 위를 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제네시스는 이 모델을 통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동시에 브랜드의 ‘격’을 높이려는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 SUV인 GV80이나 GV90으로는 채울 수 없는 낮은 무게중심의 주행 감각, 그리고 세단인 G90으로는 부족한 적재 공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G90 윙백은, 레저와 의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VIP들에게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