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서울 영등포의 작은 자전거 부품 공장으로 시작해 오늘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는 톱티어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기아의 80년 역사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사 그 자체였다.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넘어 창립 8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이한 기아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충격적인 콘셉트카를 세상에 내놓았다.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는 ‘오퍼짓 유나이티드’라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이다. 기아는 이번 콘셉트카를 통해 1960년대 자동차 문화의 정점이었던 ‘장거리 여행’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당시의 GT카들이 가졌던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긴 여정에서도 탑승자에게 안락함을 제공하던 여유로운 휴식 공간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를 하나의 차체 안에 완벽하게 녹여낸 것이다.
외관은 날렵하고 공격적인 실루엣을 통해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한 속도감을 시각화했다. 낮고 넓은 차체와 유려한 루프 라인은 공기 역학적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클래식 GT카의 우아함을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반전이 기다린다. 실내는 마치 고급 라운지나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꾸며졌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드라이빙 머신’이면서 동시에, 탑승자가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기아의 고민이 담겨 있다. 단순히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 기아가 ‘감성’과 ‘낭만’이라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해답이다.
하지만 비전 메타투리스모가 진정으로 충격적인 이유는 디자인이 아닌 ‘기술’에 있다. 기아는 이 차량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스마트 글라스’ 기반의 증강현실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의 AR 기술이 거추장스러운 VR 헤드셋이나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만 경험할 수 있었던 반면,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차량 전면 유리창 자체가 거대한 투명 디스플레이 역할을 수행한다. 별도의 장비 없이도 운전자의 시야 위에 가상의 그래픽을 입체적으로 띄워 보여주는 것이다. 기아는 이 기술을 활용해 스피드스터(Speedster), 드리머(Dreamer), 게이머(Gamer)라는 세 가지 독창적인 주행 모드를 제안했다.
‘스피드스터’ 모드에서는 윈드실드에 주행 정보와 함께 가상의 레이싱 라인이나 고스트 카(경쟁 차량)를 띄워, 마치 실제 서킷을 달리는 듯한 짜릿한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드리머’ 모드는 자율주행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창밖의 풍경 위에 환상적인 그래픽 요소를 덧입혀 지루한 이동 시간을 몽환적인 예술 감상의 시간으로 바꿔놓는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게이머’ 모드다. 차량이 정차해 있거나 충전 중일 때, 전면 유리창은 거대한 게임 화면으로 변신하고 스티어링 휠은 컨트롤러가 된다. 운전자는 내 차 안에 앉아서 전 세계의 서킷을 달리는 가상 레이싱 게임을 즐기거나,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해 다른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탈것을 넘어, 완벽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거대한 ‘게이밍 디바이스’이자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기아가 공개한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당장 내일 도로 위를 달릴 양산차는 아니다. 하지만 이 차가 담고 있는 메시지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80년 동안 더 좋은 품질, 더 좋은 성능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던 기아가, 이제는 기술적 진보를 넘어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삶에 영감을 주는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낭만과 2020년대의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자동차라는 공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기아.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차가운 금속과 반도체의 결합이 아니라, 그 안에서 웃고 즐기며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80살을 맞이한 기아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젊고 힘차게 뛰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갈 다음 80년의 모빌리티 세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