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이 최우선이다"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던 포드가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담긴 문구였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이 슬로건은 소비자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포드 차량들이 언제 어떤 부품이 고장 나거나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움직이는 시한폭탄’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포드
최근 포드의 주력 SUV 모델에서 주행 중 외부 부품이 이탈해 날아갈 수 있다는 황당한 결함이 발견되어 대규모 리콜이 결정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이 어쩌다 발생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포드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100건이 넘는 리콜을 기록하며,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 중 ‘결함 최다 발생’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핵심 안전 장치부터 단순 조립 불량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고장 행진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포드
이번에 터진 결함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포드에 따르면, 이스케이프 모델의 ‘트렁크 도어 힌지 커버’가 주행 중 차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힌지 커버는 트렁크 문과 차체를 연결하는 경첩 부위를 가려주는 부품이다. 포드는 조립 공정상의 문제나 부품 설계 오류로 인해 이 커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이나 공기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포드는 미국에서만 약 10만 8,762대에 달하는 이스케이프 차량에 대해 긴급 리콜을 결정했다. 대상 차량은 2020년형부터 2022년형 모델, 그리고 최신형인 2025년형 일부 모델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고속 주행 중 탈락한 부품은 뒤따라오는 차량의 유리를 강타하거나 타이어를 파손시키는 등 치명적인 2차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 위 비산물’이 된다.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포드 측은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무상 점검을 통보하고, 힌지 커버를 점검한 뒤 단단히 재설치하거나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해 주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포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이스케이프 리콜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포드는 2025년 들어 그야말로 ‘리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이번 건을 포함해 올해 포드가 실시한 리콜 건수는 이미 100건을 훌쩍 넘겼다. 이는 경쟁사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린 수치로, ‘2025년 최다 리콜 브랜드’의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리콜의 내용 또한 가관이다. 단순히 이번처럼 외장 부품이 떨어지는 조립 불량 수준이 아니다. 브레이크가 밀리거나 작동하지 않는 제동 장치 결함, 스티어링 휠이 잠기거나 제멋대로 움직이는 조향 장치 문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엔진 및 연료 시스템 결함 등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 안전 장치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결함이 반복된다는 것은, 포드의 품질 관리 시스템(QC) 자체가 총체적으로 붕괴되었음을 의미한다. 신차 개발 단계에서의 검증 부족, 부품 공급망 관리 실패, 조립 라인의 기강 해이 등 모든 단계에서 구멍이 뚫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포드의 짐 팔리 CEO는 “품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무한 리콜’은 포드의 재무 상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리콜 비용으로만 매년 수조 원이 증발하고 있으며, 이는 전동화 전환이나 미래 기술 개발에 쓰여야 할 소중한 자원을 갉아먹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소비자의 신뢰’다. “포드 차는 고장이 많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중고차 가격 방어율은 떨어지고 신차 구매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진 출처 = 포드
2025년 100건이 넘는 리콜, 도로 위를 달리는 10만 대의 이스케이프에서 부품이 날아다니는 현실. 이것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자동차 종가의 현주소다.
아무리 화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내세워도, 자동차의 본질인 ‘안전’과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실험 대상이 아니며, 도로는 결함 테스트 주행장이 아니다. 포드가 지금 당장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무너진 품질 관리 시스템을 바로세우지 않는다면, ‘미국차의 자존심’이라는 타이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결함 덩어리’라는 오명만이 남게 될 것이다. 신뢰는 쌓는 데 평생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포드의 멈추지 않는 경고등이, 그 몰락의 카운트다운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