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시장에 강력한 가성비를 앞세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리비안은 최근 개최한 '자율주행 및 AI 데이' 행사를 통해 자사의 새로운 구독형 주행 보조 시스템인 '오토노미 플러스(Autonomy+)'를 공식 공개했다.
사진 출처 = Rivian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 정책에 현장은 환호로 가득 찼지만, 그 이면을 뜯어본 기존 오너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진정한 자율주행이라기엔 기능이 너무 부족하다"는 냉정한 지적부터, "회사를 믿고 사준 우리를 버렸다"는 초기 구매자들의 원성까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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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이 공개한 '오토노미 플러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가격이다. 리비안은 이 시스템의 구독료를 월 49.99달러(약 7만 원), 평생 소장 가능한 일시불 구매 가격은 2,500달러(약 350만 원)로 책정했다.
이는 경쟁자인 테슬라의 FSD(월 99달러 / 일시불 8,000달러)와 비교하면 구독료는 절반, 일시불 가격은 무려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파격적인 금액이다. 심지어 일시불로 구매할 경우, 차량을 중고로 판매하더라도 해당 기능이 소멸하지 않고 차량에 귀속되어 유지된다는 점은 테슬라에는 없는 강력한 메리트다. 중고차 가치 방어에도 유리하다는 뜻이다.
기술적 접근 방식도 테슬라와 닮아있다. 리비안은 고정밀 지도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 대신, 차량에 장착된 11개의 카메라와 AI 비전 기술을 활용해 차선을 인식하는 '유니버설 핸즈프리' 기능을 선보였다. 덕분에 HD맵 데이터가 없는 일반 국도나 새롭게 뚫린 도로에서도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다. 리비안은 이를 위해 엔비디아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개발한
AI 칩
을 적용하며 기술 자립까지 선언했다. 가격 경쟁력과 하드웨어 독립,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테슬라를 턱밑까지 추격하겠다는 의지다.
사진 출처 = Rivian
하지만 '가성비'라는 달콤한 포장지 뒤에는 뼈아픈 한계가 숨어 있다. 가장 큰 논란은 기존 고객 차별이다. 리비안은 이번 오토노미 플러스 기능이 '2세대 R1 모델' 구매자부터 적용된다고 못 박았다. 2월 1일부터 60일간 무료 체험 기회가 주어지는 신형 오너들과 달리, 리비안의 가능성을 믿고 초기에 차량을 구매해 준 1세대 R1 모델 오너들은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로 인해 이 기능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주거나, 구형 하드웨어를 유상으로라도 교체해 주는 테슬라와 달리, 리비안은 초기 지지자들을 사실상 '토사구팽'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세대 오너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베타테스터로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려졌다"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게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 Rivian
기능적인 면에서도 아직 '완전 자율주행'이라 부르기엔 시기상조다. 테슬라 FSD가 신호등과 정지 표지판을 인식해 스스로 멈추고, 교차로에서 좌회전/우회전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리비안의 시스템은 아직 신호등 자동 제동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리비안은 "멈춰야 할 상황에는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현재 수준은 포드의 '블루크루즈'나 GM의 '슈퍼크루즈'처럼 고속도로 주행 보조를 조금 더 고도화한 레벨 2+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모든 도로에서 핸즈프리"를 외쳤지만, 신호등과 교차로가 즐비한 도심에서는 여전히 운전자가 눈을 부릅뜨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고 있어야 한다. 리비안은 향후 레벨 4까지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지만, 당장 테슬라 FSD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소프트웨어의 지능 차이가 분명하다.
사진 출처 = Rivian
리비안의 '오토노미 플러스'는 분명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한 상품이다. 테슬라 FSD의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준 높은 핸즈프리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성은 충분하다. 특히 자체 칩 개발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파괴를 주도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세대 모델 지원 불가"라는 결정은 브랜드 신뢰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또한, 아직은 경쟁사 대비 부족한 기능적 완성도를 얼마나 빠르게 채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리비안의 자율주행이 '가성비 좋은 혁신'으로 남을지, 아니면 '기능 빠진 저가형 옵션'으로 전락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