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는 차량 도난 문제로…
710만 대 차량에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 무상 장착
일부 피해 차주에게 보상금 지급
수년 전 소셜 미디어 '틱톡'을 통해 퍼진 '기아 챌린지'는 현대차와 기아 차주들에게 악몽 같은 현실이 되었다. 특정 연식의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들이 엔진 이모빌라이저 등 기본적인 도난 방지 장치 없이 생산되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들 자동차의 절도율이 급증하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 도난 문제를 넘어, 보험 가입 거부, 중고차 가격 하락, 그리고 도난 자동차를 이용한 2차 범죄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차주와 사회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오랜 논란과 피해자들의 불만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결국 36개 주 정부 및 컬럼비아 특별구와 합의에 도달했다. 도난 방지 장치 미흡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총 9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무엇보다 710만 대에 달하는 해당 자동차에 대해 무상 도난 방지 장치 장착이 포함된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수년간 외면해 왔던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뒤늦게나마 피해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의 도난 사태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된 일부 모델에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차 키 내부의 전자 칩이 자동차와 통신하여 일치해야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로, 사실상 대부분의 현대식 자동차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도난 방지 시스템이다. 미국 법무장관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판매된 현대차와 기아 모델들은 캐나다 및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동일 모델과는 달리 해당 장치가 없어 특정한 방식으로 손쉽게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이 정보가 틱톡을 통해 확산되면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22년에만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 절도율이 약 85% 급증하여 전체 도난 자동차의 20%를 차지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합의를 통해 36개 주 정부와 컬럼비아 특별구에 조사 비용 등을 명목으로 450만 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450만 달러는 절도 피해를 입은 차주들을 위한 배상금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 배상금의 규모와 기준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이 크다. '적격한 절도 피해'를 입증하면, 전손 시 최대 4,500달러, 부분 손실 시 최대 2,250달러가 지급되며, 절도 미수 시에는 고작 375달러만 지급된다. 문제는 유리창 파손과 스티어링 칼럼 파괴 등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드는 절도 미수 피해에 대해 375달러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중고차 가격 하락이나 보험료 인상 등의 간접 피해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없어, 주 정부만 이득을 본 '부실 합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합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대차와 기아가 향후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장착하겠다는 약속이다. 또한 이미 판매된 자동차에 대한 물리적인 도난 방지 강화책도 내놓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자동차 소유주 약 710만 명에게 아연으로 강화된 점화 실린더 보호 장치를 무상으로 장착해 줄 예정이다. 이는 이전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가능했던 자동차들도 포함하는 것으로, 물리적인 도난 시도를 어렵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로이터 통신은 미네소타 주 법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하여 이 장치 설치에 5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대규모 합의 및 리콜 결정은 오랜 차량 절도 논란에 대한 뒤늦은 책임 인정이자 해결 노력이다. 하지만 이모빌라이저 부재가 가져온 사회적 비용은 단순히 차량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도난 차량이 다른 강력 범죄나 사망 사고에 연루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며, 차량 소유주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번 합의가 그간의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지만, 기본적인 도난 방지 장치를 뒤늦게나마 강화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이 소비자 안전과 제품 보안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당연하게 적용되던 안전 기능을 특정 시장에서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누락시켰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대규모 리콜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앞으로는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으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제품 보안의 중요성은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