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램, 전기 픽업트럭 출시 포기
GM 역시 저조한 판매로 라인업 축소
전기차 전략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
미국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던 전기 픽업트럭이었던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이 결국 생산을 중단하고 단종 수순을 밟게 되었고, 램 역시 완전 전기 픽업트럭 1500 REV의 출시 계획을 취소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전히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시에라 EV, 그리고 허머 EV 등 세 종류의 전기 픽업트럭을 내놓고 있는 GM에게도 과연 이러한 '냉기'가 닥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픽업트럭 강국인 미국 시장에서 전기 픽업트럭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전기 픽업트럭의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포드와 램이 이미 백기를 들었고, 이제 모든 시선은 GM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GM은 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뚫고 나갈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들처럼 판매 부진 모델을 정리하고 라인업을 축소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될까.
포드 F-150 라이트닝은 한때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 픽업트럭'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결국 단종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올해 첫 9개월간 라이트닝의 판매량은 23,034대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체 F-시리즈 판매량의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1%라는 미미한 전년 대비 성장률과 총 판매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포드가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는 수치'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램 역시 북미 시장의 대형 전기 픽업트럭 수요 둔화를 이유로 완전 전기 모델인 1500 REV의 개발 및 출시를 전면 취소하는 강수를 뒀다.
포드와 램이 발을 빼는 가운데, GM은 여전히 세 종류의 전기 픽업트럭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하지만 GM의 성적표도 그리 밝지는 않다. 올해 첫 9개월 동안 쉐보레 실버라도 EV는 9,379대, GMC 시에라 EV는 6,147대 판매에 그쳤다. 두 모델을 합쳐도 15,526대로, 이미 단종된 포드의 F-150 라이트닝 판매량보다 훨씬 적다. 그나마 GM을 위로하는 것은 허머 EV 픽업트럭과 SUV로, 같은 기간 13,233대가 판매되며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 대의 다른 전기 픽업트럭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저조한 판매 실적을 고려할 때, GM도 포드와 램처럼 라인업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판매량이 저조한 GMC 시에라 EV는 허머 EV와 동일한 쇼룸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이미 GM이 전기 픽업트럭 라인업 간소화를 고려 중이라는 루머를 보도했으며, 이는 포드 F-150 라이트닝의 단종 소식을 정확히 예측했던 매체이기도 하다. 비록 GM 측은 "현재 제품 라인업 변경 계획은 없다"라며 비용 절감 노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요가 없다면 만들 이유도 없다'라는 냉정한 시장 논리 앞에서 GM 역시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드와 램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이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는 GM의 향후 전략에 달렸다. GM은 이미 오리온 조립 공장을 전기 픽업트럭 허브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2027년부터 다시 내연기관 풀사이즈 트럭과 SUV를 생산하기로 결정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이는 전기 자동차 전환 전략에 있어 '맹목적인 올인'보다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조사들의 공통된 인식을 보여준다.
GM은 현재의 위기 속에서 판매가 저조한 모델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기 픽업트럭 라인업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시장의 수요와 속도를 감안한 현실적인 전략 수립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과연 GM이 포드와 램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개척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