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피드보다 더 많이 올리는 이유는?
몇 개월 전, 이미지처럼 캡처 스토리 이벤트가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하세요? 이 마케팅은 꽤나 인기가 있었어서, 브랜드 계정들은 물론 제 주변 다른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까지 이런 스토리 캡처 이벤트로 도배되어 있었어요.
시초는 라인하프라는 브랜드였다는데요. 이 이벤트가 하루 만에 조회수 14만 회를 넘겼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라인하프는 팔로워와 인지도를 함께 높일 수 있었어요. 라인하프의 이벤트가 인기를 끌자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이 이벤트를 따라 하는데요. 따라 하면서도 센스 있게 "저희 또한 인기에 편승하고자 합니다" 등의 문구를 넣었던 게 기억에 나요.
그럼 이제 글을 시작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질문을 좀 해볼까요? 도대체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뭐길래 24시간 안에 몇만 명이 참여하는 마케팅 성과를 만들 수 있었던 걸까요? 요즘 애들은 인스타그램 중에서도 게시물도 잘 안 쓰고 스토리만 올린다는 데 왜 그런 걸까요?
그래서 주변 20대 친구들에게 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용 행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대답을 보기 전, 잠깐! 간단하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대해서 몇 가지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016년에 출시됐고요. 딱 24시간만 보이는 콘텐츠라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어요. 더불어서 유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위치 스티커, 태그, 부메랑, 투표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죠. 최근에는 다양한 카메라 필터, 음악 공유 기능 등 더더욱 재밌는 콘텐츠가 추가됐습니다.
지금 스토리는 인스타그램 하면 바로 떠오르는 기능이지만, 시작할 때는 스냅챗을 따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실제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런칭한 이후에 스냅챗 유저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자료가 있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인스타그램 스토리 이용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기도 하죠. 지난 2020년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DAU만 5억 명 이상, 인스타그램 유저의 70% 이상이 스토리를 매일 봤다고 하니 어마어마하긴 하네요!
그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좋아하는 한국 20대 친구들은 왜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사용하는 걸까요? 다른 SNS도 많은데 말이죠. 그리고 왜 피드가 아니라 스토리이어야 하는 걸까요?
실제 주변 다양한 20대 친구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친구 3명을 섭외했어요. 그리고 각 친구들마다 10개 내외의 동일한 질문을 인터뷰했어요.
첫 번째 친구는 A (00년생, 남) , 두 번째 친구는 B (98년생, 여) , 마지막 친구는 C (97년생, 남) 입니다. 일단 다들 인스타그램을 자주 이용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스토리를 특히 애용해요. 이들이 올리는 스토리를 보고 있자면 정말 재밌고, 뭐라도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인터뷰이로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명 한 명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A (00년생, 남) 인스타그램 게시글은 주로 일상을 올리는 느낌이에요. 게시물은 피드에 남기고 싶은 것들을 올려요. 특별한 일이 생기거나, 사진이랑 글로 기록하고 싶은 게 생겼다 할 때요. 게시글은 50개 정도 있는데 숨기는 것도 없어요. 대신 올릴 때 신경 써서 게시물을 작성해요. 마치 링크드인 이력서 느낌이에요.
B (97년생, 여)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갖가지의 것을 올려요. 일상 공유 느낌으로요. 친구들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재밌는 것들을 많이 올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인증샷이나 게임 등등 이요. 대신 피드는 많이 안 올리는 것 같아요.
C (97년생, 남) 인스타그램은 주로 제 사진을 올려요. 누가 찍어줬던 사진이요. 원래 감성을 신경 썼는데 감각이 없어서 포기했어요. 게시글을 올릴 때 첫 장은 무조건 단독샷으로 올리긴해요. 아니면 가족들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요.
A (00년생, 남) 한참 많이 올릴 때는 하루에 5개씩도 올렸었어요. 지금은 군대에 있어서 많이 못 올려요...
B (97년생, 여) 스토리는 정말 자주 올려요. 활발할 때는 일주일 내내 올리고, 좀 지루해지거나 바쁘다 싶을 때는 안 올려요. 보통은 매일 올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 가면 위 표시가 점선이 될 정도로 올려요. 대신 게시글은 두 달에 한번 정도 올리는데, 제가 맨날 스토리를 올려서 친구들이 제가 피드도 자주 올리는 줄 알아요.
C (97년생, 남) 일주일에 3~5번 정도 업로드해요. 스토리는 그런데, 피드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올리는 것 같아요.
A (00년생, 남) 휴가 나와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도 올리고요. 옛날이랑 요즘 생각해보면 가볍게 보고 웃을만한 걸 많이 올리는 것 같아요.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다 실시간 보고하는 느낌도 있어요.
B (97년생, 여) 사소한 일상까지 다 공유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가면 운동 인증샷, 점심에 엄마가 맛있는 걸 해주면 엄마가 해줬다 하면서 인증샷, 친구들과 한 카톡이 웃기면 카톡을 캡처해서 올려요.
C (97년생, 남)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자랑거리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그걸 자랑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앨범을 냈다 같은 거요. 그거 말고도 누가 새로운 가게를 냈다. 내 친구가 이런 걸 했다 하는 것도 올려요.
A (00년생, 남) 팔로워가 800명 정도여서, 보통 300명 정도 읽는 거 같아요.
B (97년생, 여) 평균적으로 109명 정도요. 100명에서 110명 사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숫자는 거의 일정하더라고요.
C (97년생, 남) 150 ~ 180명 정도요. 처음에는 적은데,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23시간쯤 되면 그 정도 되는 거 같아요.
A (00년생, 남) 스토리에 올리는 것 반 이상이 드립이에요. 주로 말장난 위주의 가벼운 얘기요. 투표도 써봤는데 그것보다는 주관식 설문을 많이 올려봤어요. 예를 들면 아재 개그하고 맞춰보기 같은 거요. GIF 스티커로 스토리 분위기에 어울리는 감정표현도 썼었어요. 성적 관련 스토리 올릴 때, 울고 있는 GIF 스티커라든지..
B (97년생, 여) 사고 싶은 게 고민될 때 투표를 올려봤어요. 둘 중에 어떤 게 나을지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의견을 구했어요. GIF도 써보긴 했는데... 올릴 때 오류도 나고, 스토리 분위기랑 맞추기 어려워서 잘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해외에 있을 때는 음악 공유 기능 많이 썼었어요. 뉴욕 여행 갔을 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이미지에 'Jay Z - Empire state of mind' 음악을 넣어서 스토리를 만들었는데, 그 감성이 너무 좋았어서 여행 가고 싶어 질 때마다 찾아서 보게 돼요.
C (97년생, 남) 기본적으로 부메랑(술자리 짠)이랑, 레이아웃이랑 투표하기요. 틱톡스러운 건 아직 안 해봤어요. 틱톡은 특이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재밌는 걸 만들어봐야겠다 하는 게 있는데, 인스타그램은 아는 사람 기반이어서 안 하게 되더라고요.. 좀 특이한거로는 틀린 그림 찾기 같은 걸 올려본 적 있어요. 웃긴 사진 올리고 제목 지어주세요 이런 것도 설문으로 받아봤어요.
A (00년생, 남) 일반적으로는 잘 안 보는데, 관심 가는 친구가 생기면 그때는 좀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B (97년생, 여) 구체적인 인원은 확인하지 않는데, 숫자는 바로 보이니까 보이는 거 같아요. 관심 가는 사람이 있으면 보긴 하죠.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스토리를 몇 개 올렸는데 그 사람이 맨 앞만 보고 넘긴 걸 확인했던 경험.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관심 가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스토리를 더 많이 올릴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C (97년생, 남) 특별할 때는 확인하는데 일상적으로는 잘 확인하지 않아요. 좀 귀찮고,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특이하게 전 여자 친구가 인스타그램 친구였을 때는 확인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냥 잘 확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A (00년생, 남) 피드는 소중한 느낌이에요. 스토리는 가벼워서 일상적으로 편하게 올릴 수 있는 느낌이고요. 중요도가 높고 영구적으로 남기고 싶은 일들만 피드로 올려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스토리는 일상이고, 게시물은 추억용인 느낌?
B (97년생, 여) 24시간 내로 지워진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제 아카이브에서는 볼 수 있지만 친구들은 볼 수 없잖아요? 스토리는 그래서 부담이 없어서 막 올려도 돼요. 피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요. 마치 간판 같은 느낌이에요. 내 간판에 잘 못 나온 사진을 걸어둘 수는 없잖아요? 나랑 안 친한 사람들도 피드는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미지를 신경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인스타 감성으로 꾸며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C (97년생, 남) 첫 번째는 간단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게시물은 영원히 남아서 부담스러운데 스토리는 제한 시간이 있어서 부담이 없어요. 피드가 하드디스크라면 스토리는 램....? 스토리는 빨리빨리 올릴 수도 있고요. 중요함에 차이가 있는 느낌이에요. 중요한 건 피드에 가벼운 건 스토리에. 그리고 두 번째로 인터렉티브 한 기능이요. 게시물에는 짤이나 설문같은 인터렉티브한 기능을 올리기 어려운데 스토리는 그런 걸 편하게 만들 수 있어요.
A (00년생, 남) 비슷하게 보는 것 같아요. 근데 둘 다 주로 앞에 있는 거 위주로 읽다가 넘기는 느낌이에요. 인스타그램에서 알아서 중요도 순으로 정렬해주니까요.
B (97년생, 여) 보는 사람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자주 보는 사람은 인스타그램이 알아서 앞에 정렬해주니까요. 뒤로 갈수록 그냥 탭하면서 넘기는 것 같아요. 게시물은 거의 안 봐요. 길게 봐야 1분 정도.. 오히려 탐색하기로 콘텐츠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친구들 근황은 피드 안 봐도 스토리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C (97년생, 남) 인스타그램에서 친한 사람일수록 스토리를 앞에 올려줘서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맨 앞에 있는 거 확인하면 쭉 보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게시물을 더 많이 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피드는 스크롤을 내리면 자동으로 보이니까요. 반대로 스토리는 눌러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좀 자세히 봐야 한다는 느낌이에요. 피드는 스크롤 기반이기 때문에 대충 훑어보는 느낌으로 쭉 봐요. 근데 결국 피드나 스토리나 보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인터뷰이 3명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결론을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흥하는 이유는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서입니다. 피드는 계속 남게 되니까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할지 신경 쓰이는데 스토리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24시간 뒤에는 자동으로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일상적으로 사소한 것들을 공유하고 싶을 때 스토리 기능을 쓰게 되는 거죠. 피드는 남들이 보는 나를 보여줘야 하는 또 다른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 우리 예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 꾸밀 때처럼 남들이 와서 보고 가는 내 또 다른 모습인 거죠.
덧붙이자면 투표, 설문 등 인터랙션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이런 인터렉션이 더 통통 튀고 재밌는 느낌은 물론 내가 친구들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줘요. 투표해주세요! 하고 올렸는데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알 수 있고 그걸 또 스토리로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설문도 질문을 올리고 대답을 공유하기도 해요.
비슷하게 누가 내 스토리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런 SNS의 연결된 느낌을 더해줘요. 피드는 누가 내 게시글을 읽었는지 알 수가 없는데, 스토리는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더 조바심이 생겨요. 이 친구가 봤나? 내 스토리 5개 중에 3개만 읽고 넘겼나? 이 시간에 안 자고 내 스토리를 보는 사람이 있다니 누굴까? 이런 궁금증은 타인에 대한 연결이 되고, 우리가 외로울 때 SNS로 찾아가고, 찾게 되는 이유가 돼요.
UX 관점에서도 인스타그램이 스토리를 밀어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의 가장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들어가면 반짝반짝한 인스타그램 색상 그러데이션이 있어요. 근데 그게 또 친한 친구나 좋아하는 스타예요. 그래서 일단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스토리를 안 눌러볼 수가 없어요. 스토리를 누르면 짧은 시간 (15초) 안에 화면이 훅훅 저절로 전환되고, 넘기고 싶으면 화면 오른쪽을 가볍게 탭 하면 돼요. 한번 들어가면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면서 쭉 보고 있는 거예요.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나 하면서요.
실제 기업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해요. 하이라이트로 기업에 대한 설명이나 QnA를 적어두기도 하고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토리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해요. 요즘 친구들이 스토리로 소통하는데 익숙하니까 기업도 스토리로, 인터렉션을 사용해서 대화하듯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요. 피드 게시물은 무거운 느낌인데 스토리로는 가볍게 트렌드에 맞춰서 소비자에게 접근 가능하니까요.
인스타그램 카메라 필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있었어요. 배민 모자나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처럼, 필터는 특히 더 재밌고 눈에 띄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애들이 사진 찍어서 스토리에 공유하고, 그걸 보고 또 다른 친구들이 보고 따라 하는 바이럴이 되니까요. 최근에 노래를 발매한 로제도 노래와 관련된 카메라 필터를 공유하기도 했어요.
챌린지를 기업에서 직접 만들기도 해요. 처음처럼의 FLEX가 그 예시예요. 또 요즘 핫한 브랜드들은 직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기도 하는데요. 채팅과 함께 방송을 볼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이야 말로 인스타그램 실시간 소통의 정점인 것 같아요.
이런 걸 보면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연결과 참여가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거 같네요. 만약 브랜딩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소통이 잘 된다는 느낌을 주고 싶으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피드보다 더 핫하고, 즐겁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거예요.
마케팅 외로 서비스 기획 측면에서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참고할 수 있어요. SNS의 핵심은 연결이니까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설문, 음악 공유 기능 등등 연결과 인터렉션에 초점을 맞춰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 간 연결을 어떤 매개체로 이어 줄지에 대한 고민에,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좋은 힌트가 될 거예요.
참고 사이트
캐릿 "MZ세대는 요즘 인스타 스토리 놀이에 푹 빠졌다"
인스타그램 "사람들은 Instagram 스토리와 피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할까요?"
Vox - recode "Instagram Stories is still growing quickly and now has 250 million users"
https://www.vox.com/2017/6/20/15836248/instagram-stories-250-million-users-snapchat
HUFFPOST "라인하프 서홍규 대표는 재창업 4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스토리 이벤트로 대박을 터뜨렸다"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instagram-linehalf-interview_kr_60139ee7c5b6bde2f5be1e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