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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호 Mar 19. 2016

나의 버킷리스트 1번

2011년 2월 미국의 타블로이드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충격적인 사진을 실었다. 한눈에 봐도 병색이 완연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그의 삶이 6주 정도 남은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함께 실었다.

National Enquirer가 보도한 스티브 잡스

  이 선정적인 사진은 나같은 애플 추종자들에게 매우 큰 충격이었다. CEO의 자리를 팀 쿡에게 넘겨주긴 했지만, 곧 건강을 회복하고 복귀할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시한부 6주라는 저 사진은 도저히 믿고싶지 않았다. 인생이 6주 밖에 남지 않은 사람이 아직도 매일 회사 임원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한다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저 사진은 잡스를 닮은 노인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라며 믿지 않았다. 아니, 믿고싶지 않았다.


마지막 키노트를 끝내고 부인에게 기대고 있는 스티브 잡스


 하지만 6월 WWDC 2011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의 초췌한 모습은 저 사진이 가짜가 아니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잡스는 죽기 직전까지 애플의 미래 제품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죽을때까지 일을 하다니 지독한 사람이군. 인생을 즐겨야지... 난 절대 그러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다.




  만약 나의 인생이 6주 남았다면, 무엇을 할까? 당장 일을 그만두고 바르셀로나에 가서 축구를 볼거야. 10년 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1번. "깜 노우(Camp Nou)에서 바르싸 경기보기"를 내 리스트에서 지울 수 있게 된 건 작년 5월 10일이다. 1년 동안의 부원장 생활을 마치고 38일간의 유럽여행을 떠났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FC바르셀로나는 역대 최강의 라인업으로 트레블에 도전하고 있었고, 청명하다 못해 눈부신 하늘 아래서 나는 깜 노우의 좌석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 경기를 기다리며 9만 명과 함께 '까딸루냐 찬가'를 함께 부를 때는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났다.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던 행복의 순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거라고 상상해왔던 그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가슴속에 뜨거운 기운이 식어가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아닌데... 내가 상상했던 순간은 이보다 더 대단했는데... 10년동안 TV로 경기를 보면서 키워왔던 환상이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죽기 전에 메시가 뛰는걸 보면 원이 없겠다"

"저런 순간이 온다면 죽어도 좋아"


  이렇게 키워왔던 환상이 현실이 되었지만, 죽을 만큼 좋지는 않았다. 단지 조금 더 행복한 하루일 뿐이었다. 뜨거운 기운이 사라진 빈 자리에 공허함과 아쉬움이 채워졌다. "나는 꿈을 이뤘어. 행복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 SNS에 사진을 올려서 자랑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부러움으로도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후에 람보르기니를 몰고, 누드 비치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꿈꿨던 일이지만, 행복한 가운데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다.




  몇 년 전에 큰 사건을 겪으면서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한 순간에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생 모르고 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알게 됐다. 그럼에도 외면하고 싶었다.


'한 달 동안 여행하면서 머리 식히고 돌아와서 개원준비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떠났던 여행이 나의 꿈과 인생에 대해서 다시 돌아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개원을 하지 않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미래만 바라보면서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밌게 일하자'는 목표로 일하고 있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내 사업이 성공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결과가 기대에 못미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열심히 이 일에 매달리고 있는건 내가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과정이 항상 행복하진 않을거고, 중간에 사랑이 식을 수도, 안좋게 끝맺을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이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전 반드시 인생에서 해야만 할 일이 있었기에, 반드시 이겨낸다고 확신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먼저 다가오지 않듯, 일도 그런 것이죠.

  노동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위대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있는 그 순간 뿐입니다.  

  지금도 찾지 못했거나, 잘 모르겠다해도 주저앉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전심을 다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한 번 찾아낸다면,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찾아낼 때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현실에 주저앉지 마세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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