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머리카락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머리카락이 빠질수록 머리는 정말로 가벼워지는 걸까? 물리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음도 함께 가벼워질까?
탈모를 치료하는 일을 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탈모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거울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또 다른 사람은 모자 없이는 외출을 하지 못한다. 한 환자는 탈모가 진행된 후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다가 조명 아래 자신의 머리카락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외모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다른 환자는 탈모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머리숱이 곧 내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줄어들고 나니, 더 이상 그것에 얽매이지 않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더 중요한 것들을 고민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내 머리카락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론적으로는 체중 감량이 되는 셈이지만, 과연 60g 줄어든다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복싱 선수들이 체급을 맞추기 위해 삭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우나를 하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60g도 꽤 중요한 차이일 것이다. 선수들에겐 머리카락이란 단순한 장식일까, 아니면 덜어내야 할 불필요한 짐일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카락을 단순한 '털'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은 정말로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쥐고 있던 불필요한 집착과 고정관념을 내려놓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물론 탈모로 인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환자들에게 종종 묻는다. "탈모가 인생을 많이 힘들게 했나요?" 처음에는 당황하다가도 곰곰이 생각한 후, 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답한다. "아니요, 생각보다 그렇진 않아요."
결국, 머리카락의 유무는 우리의 삶을 정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가이다. 머리카락이 빠질수록 머리는 가벼워지는가? 그 대답은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