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인조인간
이십 대에 만난 섬 총각은
오십 대의 낚시광 남편이 되었다
땅끝 해남의 청정바다를 가슴에
안고 있으니
고래 잡는 향수에 젖어
시엄니 계신 바다 건너 삼만리를
터앝으로 가꾸자며 짐을 꾸리게 했다
반겨준 옛 동무들을 만났을 땐
호기가 발동해 그냥 여행가의 낙이었다
어즈버 삶의 한 부분은 어언 십오년의
밥집 터전을 일궈주고
남편은 물고기만 낚는다
멀리 가신 시엄니의 손맛을 대로 이은
나는 구정물에 손 마를 날이 없다
주기적인 모임의 동무들은 갓 잡아 올린
물고기에 웃음을 묻혀서 바다를 마신다
이제 남편은 뇌경색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매서운 칼바람엔 칭칭 싸맨 방한복도
살을 에이게 하고
물메기는 뜨거운 손맛을 보게 한다
꽃비가 내릴 때
물때 씻은 농어는 참돔까지 몰고 왔다
무더위 여름에 바람이 타면
갈치와 전갱이 떼가 춤을 추고
늦추석이 낀 단풍 계절엔
전어가 며느리를 찾아온다
이보시오! 낭군님
어여 회복해서 푸른 바다
배낚시를 즐기시고
산티아고 노인 마냥 한 마리의
청새치를 낚아든 기분처럼
태평연월의 구순 잔치에서
손 편지 한 번 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