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時節因緣)

by 백건


시절 인연(時節因緣)


옛날 어떤 사람이 하루는 손님을 청하여 소의 젖을 모아 대접하려 생각하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 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또한 맛도 변해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소젖을 소 뱃속에 그대로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한꺼번에 짜는 것이 낫겠다.’

그러고는 곧 어미소와 새끼소를 따로 떼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손님을 초대하였다. 잔치를 베풀고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의 젖은 어찌 된 일인지 말라 없어져 버렸다. 그리하여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백유경에 나오는 이 우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종종 ‘나중에 더 크게, 더 완벽하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미루곤 한다. 그러나 젖을 제때 짜지 않으면 마르듯, 삶의 기회도 때를 놓치면 사라진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 사랑을 표현하는 기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때는 모두 제때 붙잡아야 한다. 지나간 뒤에 붙잡으려 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작은 친절을 아끼다 관계를 잃을 수도 있고, 오늘의 노력을 미루다 내일은 더 큰 고통의 무게에 짓눌릴 수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열매는 익을 때 거두어야 하고, 꽃은 피었을 때 향기를 즐겨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풍요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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