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로 꼽히는 테드 윌리엄스는 통산 타율 0.34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타격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나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만 칩니다.”
단순하게 들리는 그의 대답 속에는 야구 기술론에 국한된 것이 아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기회와 그렇지 않은 유혹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타격 이론은 2,000년 전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목소리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세네카는 그의 저서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은 뒤로 미루는 일이다. 미루기는 우리에게서 매일을 앗아가고, 미래를 약속함으로써 현재를 부정한다. 확실한 것을 버리고 불확실한 것을 노리는 셈이다. 모든 미래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두 사람의 지혜를 관통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우리 삶의 ‘스트라이크 존’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존 안에 들어온 공에만 온 힘을 다해 스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쁜 공에 방망이를 내지 않는 용기
테드 윌리엄스는 자신이 가장 잘 칠 수 있는 구역을 세밀하게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그는 설령 스트라이크 존 근처로 오는 공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타율을 깎아먹을 법한 애매한 공에는 절대로 방망이를 내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에도 매일 수많은 ‘공’이 날아듭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가십거리, 무의미한 SNS 파도타기, 그리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게으름이라는 이름의 변화구들입니다.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거나 우리 삶의 본질적 가치와 상관없는 ‘외부적인 것들’입니다.
모든 공에 반응하려는 타자는 결국 헛스윙만 반복하다 타석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요구와 유혹에 반응하려 할수록 우리의 정신 에너지는 분산되고, 정작 인생의 승부처에서 휘둘러야 할 힘은 남아나지 않습니다. 시간을 아끼는 삶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존을 벗어난 것들을 과감히 흘려보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미루기’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파울볼
세네카는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큰 원흉으로 ‘미루기’를 지목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상황이 좋아지면”이라며 현재의 실천을 미래로 떠넘기는 모습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불확실한 영역이며, 과거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영역입니다. 우리에게 오직 확실하게 주어진 것은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윌리엄스의 비유를 빌리자면, 지금 눈앞에 완벽하게 들어온 스트라이크를 ‘나중에 치겠다’며 흘려보내는 타자는 결코 안타를 만들 수 없습니다.
“나중에 하겠다”라는 다짐은 희망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입니다. 현재라는 확실한 기회를 버리고 미래라는 불확실한 환상에 배팅하는 도박과 같습니다. 우리가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휘두르기 위해서이지, 다음 타석을 기약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별된 집중이 만드는 단단한 삶
집중의 핵심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냉철함에 있습니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신체 능력과 존의 경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했습니다. 세네카는 헛된 희망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덕성스러운 실천에 집중했습니다.
이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은 어디인가?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 지금 날아오는 공이 그 존 안에 있는가? (지금 하는 일이 내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가?)
• 나는 지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가? (내일로 미루지 않고 지금 실천하고 있는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하게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누군가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고, 누군가는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 관객으로 남습니다.
나쁜 공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당신의 존을 벗어난 유혹은 그냥 지나가게 두어도 좋습니다. 오직 당신 앞에 놓인 ‘오늘’이라는 스트라이크에만 집중하십시오.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