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법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입니다.
메타버스의 한 종류인 네이버 제페토에서는 구찌, 루이뷔통, 버버리와 같이 명품 브랜드의 의류와 소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직접 캐릭터용 의류 등을 디자인해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https://www.ekn.kr/web/view.php?key=20210620010003652
만약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제페토에서 카피해서 판매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뭔가 법적인 문제가 생길 거 같기는 한데 가상현실이라는 것이 혼란스럽게 합니다.
실제로 가상현실에서의 옷이나 소품은 법적으로도 실제 옷 소품과 다르게 취급됩니다.
옷, 액세서리 등은 디자인 보호법의 보호를 받지만 디자인 보호법은 실제 유형물인 '물품'만을 보호하는 법이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이 되어 있더라도 디자인 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디자인 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디자인”이란 물품[물품의 부분(제42조는 제외한다) 및 글자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美感)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가상현실 메타버스에서는 마구 카피해도 되는 걸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현실 세계의 법이 메타버스에 어떻게 적용될지 많은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지만 바로 무법천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버스의 의류, 액세서리 등도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
저작권법은 디자인 보호법과 달리 유형의 실제 물건일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면 전부 보호하고 미리 저작권법에 따라 등록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유명 디자이너의 의류, 액세서리 등을 카피해서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에서 판매할 경우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倂科)할 수 있다. <개정 2011. 12. 2., 2021. 5. 18.>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
제93조
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는 이렇게 등록도 필요 없고 보호대상도 넓다 보니 반대로 실제 충실한 보호를 받기는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저작권이 인정되는 부분부터 문제가 됩니다. 기능과 관련된 부분, 기존에 널리 알려진 부분은 권리로 인정받기 어렵고 유사 여부 판단도 문제가 됩니다.
해외 유저가 국내 디자이너의 옷을 카피해서 팔고 있을 경우
메타버스의 또 다른 큰 특징은 국경이 없다는 것입니다. 법은 국경이 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해외 유저가 국내 디자이너의 옷을 카피해서 제페토에서 판매하였을 경우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다행히 저작권법은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가 동일한 조약을 체결하여 유사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177개국이 가입한 베른협약(Berne Convertion for the Protection fo Literary and Artistic Works), 110개국이 가입한 WIPO 저작권 조약(WIPO Copyright Treaty, WCT), 109개국이 가입한 WIPO 실연 및 음반 조약(WIPO Performances Phonegrams Treaty, WPPT)등에 의해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위반되면 다른 나라 저작권법에도 위반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판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진행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을 할 수 없어 미국, 중국, 스페인 등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면 재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법원은 우리 국민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으면 가능한 재판을 해주려고 합니다. 네이버 제페토는 한국에 서버가 있을 거 같은데 증거가 한국 서버에 있고 피해자가 한국인인 경우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재판을 해 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제페토, 로블록스와 같은 회사들은 콘텐츠 판매 수익에서 수수료를 받아갑니다. 즉 불법 제품이던지 합법 제품이던지 많이 팔리면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카피 제품을 검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문제입니다. 수많은 개인들이 상품 등록을 신청한다면 사람이 실제 세계의 수많은 의류, 액세서리 디자인과 다 비교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장차 이미지 인식 프로그램의 개발에 따라 점차 엄격한 검수가 이루어지겠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많은 누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 법원에서 해외 유저를 상대로 재판까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돈이 있어야 손해배상을 실제 받을 수 있습니다.
제페토 등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젬이라도 있다면 압류할 수 있겠지만(최근 서울시가 체납처분으로 가상화폐를 압류함), 젬이 없거나 부족할 경우 해외 유저 본국에 있는 재산에 대한 압류를 하려면 해외 법원의 승인 판결과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해서 실제 손해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디자인을 도용당한 일이 벌어진다면 손해가 커지기 전에 제페토 등 운영사에 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요구하여야 합니다.
뉴스 읽어주는 김평호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