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과 호랑이연고

by 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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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에 걸렸다. 통풍발작이 올 때면 단 한걸음조차 걸을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30대가 되고 나서 느껴본 적 없는 가장 큰 무기력증을 동반했다. 나한테 왜 이런 고통과 시련이 오는 걸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하기를 반복하며 언제 또 걷지 못할지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가 희망보단 절망에 더 가까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혼자서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고통으로 바뀌고 있는 즈음에 본가에 갈 일이 생겨서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아픔을 말씀드리는 것이 괜히 죄송하기도 하고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어서 발에 통증이 있다고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당신의 보물창고 같은 곳에서 작은 호랑이 연고를 꺼내어 내어 주셨다. 정확한 통증의 이유를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본인이 발이 아플 때 쓸 수 있는 가지고 있는 가장 효과 좋은 것을 내어주셨던 거 같다. 연고가 아니었어도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내어주셨을 테니 말이다.


연고를 바르고 발은 화끈거리고 통증은 여전했지만 바르니까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씀드렸다. 호랑이연고가 발의 염증은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들었던 그 어떤 위로보다 더 크게 마음에 다가왔다. 사랑의 표현이 꼭 말로 전달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놓치고 살다가 연고를 통해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을 잠시나마 눈으로 보았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우울했던 마음들이 씻겨져 내려갔다.


통풍에 걸리고 나서야 돌아보게 되었던 것들이 정말 많다. 건강에 대한 것들 특히나 술이나 과당음료, 적당한 운동,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 수면시간 등등 어쩌면 그동안 놓치고 살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부터 마음이 많이 평온해질 수 있었다. 통풍은 나에게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건강에 대한 벌이 아닌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회일지도.


어쩌면 나에게 더 중요했던 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았던 상황들도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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