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 토요일의 침묵

by 함께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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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께하는 사람입니다. 성경을 연구하는 한 사람의 신학자로서 고난 주간의 토요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고난 주간의 금요일, 그 처절했던 십자가의 고통이 지나가고 찾아온 토요일. 성경 속에서 이날은 유난히 조용하고 정막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날을 '성 토요일(Holy Saturday)' 혹은 '침묵의 토요일'이라 부르기도 하죠.


십자가의 고통과 처절한 외침이 지나간 자리에는 오직 깊은 적막만이 맴돕니다. 예수님은 차가운 무덤에 갇혀 계시고, 모든 것을 걸었던 제자들의 마음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으며, 세상은 마치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이 고요한 하루는, 조용하지만 사실 그 어떤 날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1. 닫힌 무덤 앞에 남겨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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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다 언덕의 비극 이후, 사람들은 굳게 닫힌 무덤 앞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기적을 베푸시던 주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 앞에서 그들의 마음을 채운 것은 짙은 상실과 공허, 그리고 철저한 실패감이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와 같은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간절히 기도했던 일이 무산되거나,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차가운 무덤 앞에 주저앉은 제자들처럼 깊은 공허함과 실패감을 맛보게 됩니다.


2. 왜 성토요일이 우리에게 중요한가?

그렇다면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영광 사이에 놓인 이 징검다리 같은 '성토요일'이 왜 우리 신앙에서 중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이 시간이 '응답 없는 시간의 영성'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기도하자마자 즉각적인 응답이 주어지기를 기대하지만, 신앙의 깊이는 기도가 닿지 않는 것 같고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멈춰진 시간을 어떻게 지나가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성토요일은 바로 이 기다림의 영성을 훈련하는 시간입니다.


3. 하나님은 침묵하실 때도 일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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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으로 볼 때 무덤 앞의 시간은 모든 것이 멈추고 끝난 실패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캄캄한 침묵 속에서도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생명의 일을 쉬지 않고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기다림의 믿음’입니다.


4. 내 삶의 성토요일을 견디는 법

우리가 걷는 인생길에도 크고 작은 아픔과 응답의 지연, 그리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짙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성토요일'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 막막하고 답답한 시간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은, 내 삶에 닥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것입니다. 비록 내 눈에는 아픔과 지연만 보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때 우리는 이 침묵의 시간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 깊은 묵상을 위한 질문


오늘 하루, 나의 삶을 고요히 돌아보며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내 삶에 즉각적인 응답이 보이지 않을 때, 하나님이 일하지 않으신다고 너무나도 쉽게 단정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내 삶에서 지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성토요일’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요?

아무런 기약이 없는 캄캄한 기다림 속에서도,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나요?


"성토요일은 아무 일도 없는 날이 아니다. 우리는 보지 못해도, 하나님은 침묵 속에서 부활의 새벽을 준비하신다."


오늘도 침묵 속에서 가장 위대한 부활의 아침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일하심을 굳게 신뢰하며, 소망의 믿음으로 나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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