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부여행 캘리포니아
미국서부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던 곳
캘리포니아 빅서의 숨겨진 해변, 파이퍼 비치.
@ Big Sur, California
캘리포니아의 노을은 어느 곳이든 아름답다. 그러나 파이퍼비치의 노을은 다른 해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이외에 사진가들도 많이 찾는 포토존이다.
인터넷에서 본 단 한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빅서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숙소인 Big Sur Lodge에서 나와 캘리포니아 1번 주도를 따라 남하하다가 Sycamore Canyon Road로 접어들어 바닷가 쪽으로 5km 정도를 내려간다. 경사가 심하고 외길이라서 꽤 신경쓰였던 험로.
경사진 외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이곳이 왜 숨겨진 해변인지, 왜 밤에는 접근이 불가능한지 저절로 이해하게 되었다.
차 몇 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주차장.
고목이 여기저기 얽혀 있어 어둑어둑하다.
빛이 비쳐들어오는 쪽이 해변으로 가는 좁은 길이다.
마치 비밀의 화원으로 통하는 관문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은, 캘리포니아의 시크릿 비치.
빅서의 다른 해안가와 다르게 넓은 면적의 모래사장이 특별하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파이퍼비치를 찾게 된 계기는 거대한 바위에 난 작은 해식동굴 사이로 햇빛이 일자로 비쳐드는 비경 때문이었다.
Keyhole Rock이라는 애칭을 가진 큰 바위.
바위를 실제로 마주하니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과
꼭 보고싶었던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오늘은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봄 시즌에는 해가 정면이 아니라 오른편으로 지고 있었기 때문. 아마도 겨울시즌에 찾아야 최고의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식동굴 사이로 거칠게 몰아치던 파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파이퍼비치의 매력이 Keyhole Rock 하나만은 아니었다.
미국 서부 태평양 정서쪽 하늘에서 저무는 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빛을 흩뿌리며 온통 금빛으로 물들였다.
바다사자를 닮은 바위 너머로 해는 빠르게 기울었고
그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갈매기들은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날아오르기를 반복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노을의 만남.
해가 완전히 지고난 뒤 찾아올 짤막한 매직아워를 기대하며 사진가들은 적당한 자리에 뿌리를 내렸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노을의 붉은 기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마지막 한 장을 정성스레 담아내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글•사진•여행작가 제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