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맛집탐방] 미도 카페 美都餐室
틴 하우 내부를 둘러보고 야시장 개장을 기다리며 템플스트리트 뒷골목을 배회하던 어느 여름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났다. '홍콩섬이었다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지하철까지 갈 수 있을 텐데...' 홍콩섬에 사는 이방인에게 카우롱은 낯설다. 비를 피해 예정보다 일찍 미도 카페로 들어섰고 카운터 할머니의 가벼운 손짓에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갔다.
상상보다 더 올드한 카페다. 페인트칠이 벗겨져가는 낡은 창틀, 빛바랜 벽지와 블라인드, 목재 테이블, 삐걱대는 의자, 그린톤의 타일 기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에어컨 덕분에 쉴 틈을 얻은 천장의 환풍기, 전자기기에게 주도권을 내어준 옛 금전등록기까지, 낡은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박물관 같은 장소에서 어린 연인과 머리 희끗한 노인이 공간과 맛을 공유하고 있다.
미도 카페는 차찬텡(Cha Chaan Teng, 茶餐庭)이라는 1950-60년대 홍콩 식당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다방과 경양식 레스토랑을 혼합한 형태쯤 되는 것 같다. 왜, 생선가스나 돈가스에 마카로니와 크림스프를 세트메뉴로 팔던 그런 경양식 레스토랑 말이다. 한국 경양식에 특유의 맛이 있듯 홍콩의 차찬텡에도 홍콩만의 맛이 있어서 서양식에 중국향이 가미된 묽은 마카로니 수프, 볶음국수, 땅콩잼이나 햄 끼운 토스트, 밀크티 같은 것들을 홍콩인들은 즐겨 먹는다.
유리판이 딱 맞게 올려진 테이블 한 켠, 친근한 스테인리스 설탕통을 만지작거리며 원앙차와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미도 카페의 대표메뉴 원앙차(鴛鴦茶)는 우유와 홍차를 섞는 일반적인 홍콩식 밀크티와는 달리 커피와 홍차, 우유를 적절히 믹스해 만든다. 더운 여름이라도 따끈한 차로 주문해 설탕 한 스푼 반쯤 넣어서 마셔보자. 쌉싸름한 첫맛과 달콤한 뒷맛이 어우러지며 기억에 남을만한 그윽함을 선사한다. 꿀과 버터가 녹아내리는 프렌치토스트는 꽤나 기름지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다. 어떤 맛을 기대하고 올진 각자의 몫이나 몇 천 원에 불과한 음식값에는 올드 홍콩으로의 시간 여행비도 포함되어 있음을 명심하기..
널찍한 격자 창틀이 눈에 띄는 2층 창가는 비 오는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에 제격이었다. 카페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건너편 건물을, 소나기를 피해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선 사람들을, 혹은 길거리에서 카페쪽을 올려 찍고 있을 누군가를. 카페 안에 앉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감흥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표 메뉴 원앙차(Tea with Mixed Coffee) & 프렌치토스트, 마카로니 수프 등 간단한 요깃거리.
가격대 차 한 잔, 토스트 하나에 $30 미만으로 저렴.
주의사항 식사나 커피는 2층에서, 계산은 1층에서 현금으로 한다.
주소 63 Temple Street, Yau Ma Tei l 전화 (+852) 2384 6402 - 예약 필요 없음
찾아가는 길 야우마테이 역 C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큰 길이 구룡반도 관광지의 중심축 격인 "NATHAN ROAD"다.
여행팁 밤에 간다면 시장에서 칠리크랩을 먹고 슬슬 걸어 구경하다가 미도 카페에 들러 원앙차 한 잔. 낮에 간다면 틴하우 사원을 구경하고 이곳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미도카페는 홍콩섬 두델스트리트 스타벅스 매장 인테리어에 영감을 주었을 만큼, 옛 홍콩의 차찬텡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명소다.
* 홍콩에 살았을 때 방문한 여행명소를 에세이형태로 풀어내며 소개하는 매거진입니다.
글/사진 여행작가 제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