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리스 공모전 쇼케이스 심사위원 라이브 본부 최원준 본부장 인터뷰
1월 20일 목요일 저녁 7시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넥슨재단'이 주최하고 '예술숲'에서 주관한 '보더리스 공모전' 쇼케이스가 진행되었다. 제1회 '보더리스 공모전'은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날 1,2차 예선을 거쳐 최종 결선에 오른 '플레이오케스트라' '보쏘' '현대연희 prototype21' 세 팀이 각각 25분씩 쇼케이스 공연을 펼쳤고, 김덕수 심사위원장을 필두로 한 전문가 심사위원 14명과 관객 심사단 100여 명이 심사에 참여해 본 공연을 치를 한 팀을 선정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취합한 심사 결과, 최종 우승의 영광은 ‘메이플 스토리’ IP를 활용해 공연을 진행한 '현대연희 prototype21' 팀에게로 돌아갔다.
추운 겨울 저녁, 심사를 위해 남산국악당에 하나둘 관객들이 모일 때까지만 해도 현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왔지만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쉬 예측하기 어려웠다. 관객 모두가 심사위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진지한 얼굴로 객석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쇼케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모두 심사위원이라는 것을 잊고 열정적인 관객이 되어 공연을 즐겼다. 세 팀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관객들은 까만 하늘 가득 별이 떠있는 남산국악당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공연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나누었다.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자신이 즐겨했던 게임이 전통예술과 만나 펼쳐진 전혀 새로운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지겹지 않았다.
전문가 심사위원 중, 넥슨코리아 라이브 본부 최원준 본부장을 만나 '보더리스 공모전' 쇼케이스 공연과 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원준 본부장은 '메이플스토리 M' 디렉터 출신으로 현재 넥슨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관리하는 '라이브 본부'를 담당하고 있다. 누구보다 넥슨 게임을 잘 알고 사랑하는 최원준 본부장은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쇼케이스를 준비한 팀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전통 예술인들도 이 인터뷰를 많이 읽으실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넥슨의 라이브 게임들을 총괄하고 있는 라이브 본부의 최원준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 개인보다는 '라이브 본부'라는 조직을 소개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라이브 본부'는 대한민국의 온라인 게임 역사를 시작했던 '바람의나라'부터 시작해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메이플스토리’까지 다양한 게임들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고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부예요.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게임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저희들은 이 게임들이 계속해서 유저들에게 좋은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며, 관리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더리스 쇼케이스’에서 사용된 모든 게임 IP가 저희 라이브 본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들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요.
전통 예술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편인가요?
평소 음악이나 영화, 미술, 공연 등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진 편이지만, 전통 예술 쪽은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서 처음 '보더리스 공모전'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궁금하면서 동시에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쇼케이스에 참여한 예술가들이 전통 예술계 종사자이면서 동시에 넥슨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입니다. 그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시면서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쇼케이스 공연이 끝나고 나서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저희 동료 디렉터들에게 제일 처음 말한 말은 "장난 아니다"였어요. "이거 진짜 장난 아니다. 충격적이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모두 놀라셨어요. 이 정도의 퀄리티일 줄은 몰랐거든요. 기대했던 것보다 훌륭한 공연이었고, 우리가 만든 게임을 어떻게 이렇게 근사하게 해석해서 멋진 공연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정말 감탄스러웠고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공연 끝나고 나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라고 넥슨재단 담당자에게 메일을 썼을 정도였어요. 저희 게임을 잘 아는 유저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예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만한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쇼케이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제일 처음 말한 말은 "장난 아니다"였어요.
그래도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없으세요.
쇼케이스 날에 김덕수 심사위원장님도 해주셨던 이야기인데요, 저도 '보쏘' 팀 공연할 때 목소리 연기해주셨던 분들이 무대 뒤가 아닌 앞에 나와서 제스처나 표정도 함께 보여주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음악은 '바람의 나라' IP 활용한 '플레이 오케스트라'가 가장 좋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무래도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보니, ’바람의나라’ 배경 음악을 사용했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어요.
쇼케이스 당일에 관객 심사단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공연장에 들어오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공연을 다 보고 나오셔서는 서로 인터뷰하겠다고 나서실 정도로 상기된 분위기가 느껴졌거든요. 공연을 보시기 전과 후에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대한민국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는데 '남산국악당'을 처음 가봤어요. 근처 명동이나 충무로를 정말 많이 다녔는데, 바로 옆에 이런 근사한 공간이 있는 줄 몰랐던 거예요. '남산국악당'에 들어섰는데 장소부터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너무 오랜만에 공연장에 가서 흥분이 더해졌던 것도 있었겠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설렜어요. 솔직히 전통 예술이 흥을 절로 돋게 만드는 그런 키워드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어요. 하지만 기대치가 낮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공연 전에 가장 기대되었던 팀은 어떤 팀이었나요?
보기 전에 제일 기대됐던 공연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현대연희 prototype 21'의 씻김굿 공연이었어요. 제가 사실 '메이플스토리 M’ 디렉터 출신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완전 역발상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게임을 할 때는 모두가 다 '내 위주'예요. 내 캐릭터가 위주가 되고, 내 캐릭터가 성장을 하는 거고, 내 캐릭터가 아이템을 쓰는 거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모두 다 나에서부터 시작이 되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닌 몬스터에게 시선을 준 거잖아요. 게임 안에서 시선을 180도 돌렸다는 게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이 부분은 공연을 본 저희에게도 영향을 많이 주었어요.
게임을 할 때는 모두가 다 '내 위주'예요. 내 캐릭터가 위주가 되고, 내 캐릭터가 성장을 하는 거고, 내 캐릭터가 아이템을 쓰는 거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모두 다 나에서부터 시작이 되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닌 몬스터에게 시선을 준 거잖아요.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상대적으로 전통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서, 아무래도 예술성을 평가하기는 어려웠고요 게임 IP나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어떻게 잘 활용을 해서 하모니를 만들었는지, 전통 예술 공연에 게임을 어떻게 잘 녹였는지를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각 팀에 대한 심사평이 궁금해요.
일단 공연 순서대로 이야기를 하면, '바람의나라' IP를 활용한 '플레이 오케스트라' 팀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음악 부분에 있어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어요. 전통 악기들 뿐만 아니라 일렉트릭 사운드까지 같이 사용을 했다는 게 저한테는 신기한 경험이었거든요. 그리고 퀘스트 하나를 마당놀이로 연출한 것도 좋았고요.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다루려고 노력한 점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더 재미있게 접근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약간 남기는 했고요.
그리고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보쏘' 팀 같은 경우에는 바이올린 연주자(김바이올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수염 좀 나시고 오른쪽 끝에 앉아 계셨던 분인데, 사실 제 시선은 거의 그분한테만 가 있었어요. 그 정도로 음악에 심취해서 연주를 하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어요. 다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조금 더 재미있는 장치들을 좀 더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플레이오케스트라'는 '퀘스트'라는 요소를 활용하긴 했습니다만, '플레이오케스트라'와 '보쏘' 두 팀 모두 게임 요소를 조금 더 많이 섞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어요. 제일 단순하게는 BGM을 활용할 수도 있겠고요. 물론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기는 해요.
'현대연희 prototype21'은 상대적으로 게임의 특성을 잘 살린 팀이라고 저는 평가를 했어요. 초반에 '장로 스탄'이라는 NPC가 나오거든요. '메이플스토리'를 하신 분이라면은, 그 친구가 수염을 달고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순간 그냥 딱 눈치를 채요. '메이플스토리'를 처음 시작하면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장로 스탄이라는 NPC로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시작을 하거든요. 바로 그 '장로 스탄'이 딱 나오니까 그때부터 소름이 돋더라고요.
공연 초반에 '장로 스탄'이 딱 나오니까 그때부터 소름이 돋더라고요.
실제로 다들 '메이플스토리'를 엄청 열심히 하는 유저들이더라고요.
그게 티가 많이 났어요. 그리고 '현대연희 prototype21' 팀이 유일하게 전통 악기로만 연주를 했는데요, 처음 들었을 때 소름이 좀 끼치더라고요. 왜냐하면 '메이플스토리' BGM의 경우 기존에도 다양하게 변주를 많이 해왔어요. 현악기를 이용해 가지고 오케스트라 연주도 하고 그랬는데, 전통 악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전통 악기로 '메이플스토리' BGM을 연주한다면 어떤 느낌인지 되게 궁금했어요. 한편에서 가야금을 연주하시던 여자분이 계셨어요. 그분한테 계속 눈이 가더라고요. 가야금을 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해야 되나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연주해주시는 전통 악기 소리가 제가 좋아하는 '메이플스토리' BGM이랑 어울려서 나오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뒤에 장구 치는 분도 멋있었고요. 모든 게 되게 앙상블이 잘 이루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현장에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고, 같이 가신 분이 발견한 것인데요. 저는 '슬라임'이 나온다고 해서 단순히 '슬라임' 탈을 쓰고 나올 줄 알았어요. 근데 '슬라임'을 전통 예술로 다시 재해석하셨잖아요. '메이플스토리'에서 '슬라임'의 액션 중에 '슬라임'이 떨어져 나오는 그런 움직임이 있어요. 그거를 그대로 살려서 유희로 표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공연 보고 나오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번 더 소름이 끼쳤어요 그런 디테일까지도 잘 살리시다니 놀라웠어요.
의상 담당하시는 분이 되게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전체 참가 팀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을까요?
사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창작이 얼마나 힘든 건 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창작에 어떤 범주나 주제가 주어졌었을 때는, 더욱 힘들다고 생각해요. 거기다가 가장 최신의 IT 기술을 사용을 하는 게임과, 오래되고 고전적인 예술인 전통 예술을 조합해서 창작을 해내라니, 진짜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잘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재미있는 공연들 많이 만들어 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정말 다 모두 수고 많으셨다는 얘기를 전해드리고 싶네요.
'현대연희 prototype21'이 본 공연을 준비 중이에요. 넥슨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우선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팀원들이 다들 20대인 것 같더라고요. 그 공연을 보고 나서 저의 20대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제20대는 안 그랬거든요. 여전히 엄마한테 용돈을 달라고 하고, 설날에 왜 세뱃돈 안 주냐고 그러고, 어떻게 해서든지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 생각만 하고... 회사 월급이 정류장을 지나치는 버스처럼 통장을 스쳐 지나가고 그러던 때였거든요. (웃음) 왜 나는 돈을 못 모으지,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놀 수 있지, 이 고민만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분들을 보며 깜짝 놀랐어요. 쇼케이스 마지막에 공연 준비하던 모습을 찍은 메이킹 영상 보여주셨잖아요. 이분들이 어떤 표정으로 준비를 했는지 온도가 느껴지더라고요. 프로페셔널하고 멋있었어요. 이런 분들이 전통 예술을 이끌어 나간다라고 하면, 앞으로도 우리 전통 예술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더 발전하겠구나,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달받았습니다.
하나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은, 메이플스토리 BGM을 조금 더 쓰면 어떨까 싶어요. 예를 들어서 혼을 달래는 그런 상황에서도 기존에 있던 전통 음악이 아니라 게임 BGM을 편곡해서 쓴다면 훨씬 더 흥할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전통 예술이라는 장르가 어렵게 느껴지고, 아무래도 벽이 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게임 BGM 활용이 사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본 공연에는 전통 예술 공연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메이플스토리' 팬이나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많이 오겠죠. 그들이 이 공연을 통해서 어떤 걸 느끼면 좋을까요? 그리고 그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요.
일단 무조건 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메이플스토리' 유저라면, 최소 세 번의 소름은 보장시켜드린다, 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보러 오시는 분들이라면 '메이플스토리' 혹은 게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일 텐데요. 그분들이 공연을 보신다면 본인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를 해서 플레이했던 게임이라는 하나의 문화가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확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게임이 본인에게 이런 다른 경험을 줄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를 해서 플레이했던 게임이라는 하나의 문화가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확장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 쇼케이스를 보시면서 본부장도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세 팀이 소재로 삼았던 핵심 내용들이 있죠. 예를 들어서 '플레이 오케스트라'는 '바람의나라' 퀘스트를 소재로 삼았고, '보쏘' 같은 경우에는 카트가 달리면서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했던 거고, '현대연희 prototype21' 같은 경우에도 몬스터 슬라임을 소재로 삼으셨죠. 그런데 개발팀에서 이런 것들을 만들 때, "이런 설정이 예술로 승화가 될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만들어야겠다"라고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거든요. 우리는 만들다 보니까 그런 콘텐츠가 나왔을 뿐이고, 그렇게 나온 콘텐츠가 이런 기회를 통해서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지게 된 거죠. 아, 우리가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도 그 누군가는 눈여겨보고, 즐겁게 플레이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작은 부분도 간과하지 않고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야 비로소 다른 문화로의 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더리스'의 슬로건이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이에요. 게임이 다른 예술 장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상호 작용'이에요. 다른 예술 분야도 관객과 호흡을 하는 등 상호작용이 있죠. 게임은 한발 더 나아가서 '다방향 상호작용'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게임과 사람의 연결로 시작되고요, 게임이라는 세상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생겨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사람과 그룹이 연결되기도 하고, 그룹과 그룹이 연결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혹은 게임과 플레이어, 이렇게 양방향으로만 연결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정말 다양한 관계가 탄생하고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있어요. 그런 문화는 게임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속적인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게임은 지속적으로 유저들의 피드백과 사랑을 받으면서 만들어져 가거든요. 유저들의 의견이 굉장히 많이 반영이 돼요. 가령 '바람의나라'만 하더라도 유저들과 함께 25년 동안 진화를 해온 거예요. 유저들한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다음번 업데이트에 반영하고, 다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요. 이러한 지속 가능한 경험을 유저들에게 25년 동안 제공해준 거예요. 그것도 한 가지 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지속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 문화는 게임뿐이다, 이건 게임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른 예술 분야들과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응원과 격려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우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넥슨재단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솔직히 전통 예술이라는 장르가 요새 사람들한테는 생소하거든요. 요즘은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요. 너무 다양해져서 사실 게임도 위협을 받고 있어요. 예전에는 공영 방송이 전부여서 시청률이 60%가 넘는 tv 쇼도 있었고 드라마 한번 방영하면 길거리에 차가 하나도 없기도 했지만, 지금 대중은 15초짜리 영상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소비해요. 2시간짜리 방송을 만들어도 누군가가 15초로 줄이고 소비자는 그것을 소비하는 식의 형태가 훨씬 더 익숙해진 그런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전통 예술이라는 주제를 선보인다는 건 어려운 일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오만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굉장히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또 어떤 영역과 이런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만들어 낼까, 어떤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되더라고요. 물론 이 사업을 기획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민이 되시겠지만 이제는 기대치가 이만큼 올라갔습니다. (웃음)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든지 간에, 저희 라이브 본부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지원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많이 응원합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꼭 말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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