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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IKETRIP Jan 04. 2023

바다 옆 무인역 이야기 시모나다역

下灘駅에 다녀 왔습니다. 




일본여행이 재개된 후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 왔다. 아직 소도시를 오가던 저비용 항공사 노선이 정상화 되지 않아 조금 멀리 돌아 긴 여행을 했지만 그래도 인스타그램 속 사진 한 장에 반해 떠난 여행치고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시모나다역.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70여명 남짓으로 적은 시골 무인역이지만 플랫폼에서 세토내해를 바라볼 수 있는 풍경 덕분에 요즘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인스타그램을 가뭄에 콩 나듯이 하는 내가 알 정도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사진에 반해 여행을 하는 건 아마 내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인천 - 마츠야마 노선이 운항이 정지 중이라 현재 이 곳을 가려면 다카마쓰를 통해 빙 돌아가야 한다. (참고로 마쓰야마에서는 40분이면 간다.)


 다카마쓰 공항 - 다카마쓰역 - 마쓰야마역 - 시모나다역 이렇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10시 30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에어서울 비행기를 타고 시모나다역까지 숨도 안쉬고 가면 오후 4시 35분에 도착한다. 꽤나 오래 걸리고 적잖은 비용이 드는 일정이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나라 정동진역이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는 하지만 낡고 촌스러운 한 량짜리 열차 때문에 그런가 분위기는 사실 시모나다역이 훨씬 좋다. 


여기가 바로 인스타그램 속 화제를 모았던 그 곳이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나름 이 곳에서도 암묵적인 룰이 있는지 한 사람이 장시간 사진을 찍지 않는다. 적당히 찍고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고 다른 포즈를 생각하며 줄을 선다. 그리고 서로 찍어주며 적당한 포즈를 해보라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인기있는 포즈는 역시 뒷모습이다. 


다음 열차가 오기까지 약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근처에 어딜 갈까 싶기도 하지만 시골 간이역 근처엔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다. 역을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는 일 말고는 할 게 없다. 



역사 밖에 유일하게 있는 시모나다 카페도 오늘은 굳은 날씨 때문인지 일찍 마감을 한 것 같다. 



사진도 찍을만큼 찍었고 할 것도 없고 추위도 피할 겸 역사 안으로 들어 왔다. 역 안과 밖은 1등 가수와 100위 밖 가수의 분위기랑 비슷하다. 역 안에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몇 명 밖에 없다. 이 안에서 고작 할 수 있는거라고는 시모나다역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과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일 말고는 없다. 그래서 나도 왔다. 한마디 남겨놨다. 내 위에 적힌 글을 보니 3명의 남자가 다녀 갔다. 혼자 나보다 더 우울해 보였다. 



열차가 올 시간이 아닌데 사람들이 분주해 밖으로 나가보니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 왔다. 이요나다 모노가타리라는 관광열차로 바다를 옆에 두고 천천히 달리는 두 량짜리 관광열차다. 


한 량은 노을을 상징하는 붉은색이고 나머지 한 량은 에히메현 특산품인 귤을 상징하는 오렌지 색이다. 잠깐동안 시모나다역에 정차해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한다. 


잠깐 이지만 재밌는 풍경이 많이 펼쳐진다. 시모나다역에 있던 사람들은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열차에 있던 사람들은 시모나다역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할 때는 서로 손을 흔들어 준다. 잠깐 동안 일어난 즐거운 풍경에 괜히 웃음이 난다. 


가는 동안에는 여우비가 내렸고 돌아오는 길엔 장대비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떠난 일본여행에서 날씨 운은 더럽게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된 일본 여행 덕분에 보고 싶던 곳을 마음 놓고 다녀 올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마쓰야마 노선이 재개되면 아마 다시 한 번 시모나다역에 찾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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