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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우환(識字憂患)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되었던 이유는?

by 김주원

"아는 것이 힘이다."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언제 써먹을지도 모르니 일단 닥치는 대로 공부하라는 뜻으로 오해했었죠.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여기 찔끔, 저기 찔끔 건드리며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습니다. 금방 싫증을 내는 성격도 한 몫한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 채로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됐고 직장 생활에서도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는 것이 힘이 되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여기 찔끔 저기 찔끔 건드려보며 맛만 봐서는 그것이 제 힘으로 바뀌지는 않더군요.


스티브 잡스는 아무리 상관없는 걸 하더라도 훗날 인생의 점들이 다 연결된다고 했잖아?라고 스스로 반문해 봤습니다.


그랬죠.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들어보셨나요? 연설 내용 중에서 본인 인생을 이야기하며 여러 변곡점들을 알려주었습니다. 입양아, 대학 중퇴, 서체 강의 청강, 영성, 약물, 애플 창업, 애플 퇴출, 픽사, 다시 애플로 이어지며 결국 세상을 바꾸는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인생의 변곡점들이 하나하나 이어져 오늘날의 자신이 된 거라고도 했습니다.(인성 이야기는 논외입니다.)


그와 저의 결정적 차이는 굳이 깊은 생각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알 수 있었는데요. 그는 집중해야 할 대상에 몰입을 했고 저는 대상의 문에 대고 노크만 하고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다른 곳으로 노크를 하러 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이 글의 제목을 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이 된다는 식자우환(識字憂患) 사자성어를 달았을까요?


사실, 제 인생을 빗댄 식자우환이라는 글자 앞에 '어설픈'이라는 말을 넣어야 했습니다. 저는 실패를 한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생각해 보면서 이 '어설픔'을 꼭 달고 살았더군요. 어설프게 알게 된 것들이 결국 나에게 우환이 되어 돌아온 것이죠.


삶을 살면서 내 인생 곳곳에서 여러 문제를 맞닥트리게 되곤 하는데요. 어설프게 이것저것 알고 있다 보니 그걸 풀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닌, 여러 방법들을 놓고 시간을 끌며 근심만 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인데 말이죠.


선무당은 사람을 잡고 어설프게 아는 것은 인생의 발목을 잡게 되네요. 그걸 내 나이 40이 넘어서야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알게 됐습니다. 내 인생 여러 곳에 흩뿌려놓은 점들을 이젠 하나하나 이어 나가보려 하는데 쓸만한 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울적해진 마음을 글로 담아봅니다. 그렇다고 마냥 가만있을 순 없겠죠? 어설프게 아는 것들은 싹 다 포맷해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날 일으켜 세울 점들을 찾아 하나씩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몰입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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