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ol, 미네소타 바이킹스 이야기

이민자의 역사 위에 세워진 북유럽 정체성 #NFL

by NFL잡학사전


대서양을 건너 미네소타로

미네소타는 미국 본토 최북단에 위치한 주 중 하나다. 캐나다 국경에 붙어있고,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온다. 미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주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스칸디나비아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Figure 1. 미네소타 주요 ancestry 분포, 2018 ACS(독일계 다음으로 북유럽계 큰 비중 차지)

19세기 중반,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농촌은 피폐했다. 땅은 부족한데 인구는 늘었고, 흉작이 반복됐다. 장남이 아닌 아들들은 물려받을 땅도, 기댈 일자리도 없었다. 그 무렵 미국이 홈스테드법(1862년, Homestead Act)을 통과시켰다. 5년간 개척하면 160 에이커의 땅을 무상으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유럽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소문은 금세 퍼졌다.

Figure 2. 미네소타 인구 구성의 역사적 변화 (1890년 북유럽 우세에서 2018년 독일계 우세로의 전환을 나타냄)

그렇게 미네소타로 향하는 이민자들이 늘었다. 미네소타의 혹독한 겨울은 북유럽 출신들에게 걸림돌이 아니었다. 고향의 기후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버티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19세기 후반 미네소타 인구의 상당 비율이 북유럽 출신이었다. 어떤 카운티는 교회, 지역 커뮤니티, 신문, 학교 등에서 노르웨이어 사용했고 시청 업무를 노르웨이어로 처리했을 정도였다. 미네소타는 자연스럽게 미국 안의 스칸디나비아가 됐다. 그 땅에 1961년 NFL 팀이 생겼을 때, 팀 이름은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커미셔너 Pete Rozelle & 창단주 그룹 일원 E. William Boyer & 단장 Bert Rose


바이킹스라는 이름이 새겨진 날

1959년 겨울, 미니애폴리스의 사업가들이 NFL 확장팀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NFL은 14개 팀 체제였고, 미네소타는 리그가 처음으로 중서부 북쪽으로 확장하는 거점이 될 참이었다. 팀을 만드는 일이 남아있었다. 구장을 구하고, 선수를 모으고, 코치를 고용하고. 그 모든 일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이름을 짓는 일이었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과 같았다.


회의 자리에서 여러 후보가 오갔다. 그러던 중 자리에 있던 변호사 해리 거스타프슨이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를 꺼냈다. 구단주인 맥스 윈터는 거스타프슨의 의견을 듣자마자 구단명을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오래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미네소타에는 스칸디나비아 이민자 수십만 명과 그 후손들이 살고 있었다. 바이킹은 바로 그들의 조상이었다. 미네소타에 사는 사람들의 뿌리를 팀 이름으로 가져오는 것은, 거창한 기획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었다.


1960년 9월 27일, “미네소타 바이킹스”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새겨졌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이름 하나가 도시의 색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경기장에 뿔나팔을 울리며, 수만 명의 사람들이 천년 전 북유럽의 건배사를 외치게 만들 줄은. 모든 것은 “미네소타 바이킹스”라는 이름에서 시작됐다. 그 이름 위에 하나의 문화가 피어났다.




1961 Minnesota Vikings

보라색은 어디서 왔을까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팀 컬러는 보라색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색이 북유럽 전통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팀 이름이 바이킹스니까, 바이킹들이 보라색을 즐겨 입지 않았을까 하고.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다.


Tyrian Purple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바이킹 시대 북유럽에서 보라는 극히 희귀한 색이었다. 일상적으로 쓰인 색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그리고 녹색이었다. 보라색 염료의 원료인 뮤렉스 달팽이는 지중해 연안에서만 잡혔고, 가공 비용도 어마어마했다. 고대 로마 황제와 비잔틴 귀족들이 보라색 의상을 즐겨 입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킹 시대 직물 재구성 연구에서도 보라색은 "불안정하고 비일상적인 색"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보라색은 지중해 귀족들의 색이었지, 북유럽 전사들의 색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보라는 어디서 왔는가? 답은 뜻밖의 곳에 있다. 초대 단장이었던 버트 로즈(Bert Rose)로부터 기인했다. 로즈는 미국 서북부 워싱턴 주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출신이었다. 워싱턴 대학교의 공식 컬러가 보라색과 금색이었다(풋볼팀 워싱턴 허스키스 역시도 보라색과 금색을 공식 색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팀 유니폼과 로고를 디자인한 칼 후벤트할은 당시 작업 스케치 뒷면에 "로즈가 워싱턴 대학교 출신이라 보라색과 금색을 선택"했다는 짧은 메모를 남겼다. 바이킹 신화도, 스칸디나비아 유산도 아니었다. 단장의 출신 학교가 팀 컬러를 결정했다.


물론 이 선택에는 전략적 계산도 있었다. 구단 역사 연구자 프레드 잠벌레티에 따르면, 로즈는 차별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1961년 NFL에서 보라색을 쓰는 팀은 없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주류였고, 신생팀이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색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정확했다. 역사적 근거나 신화적 배경 없이 시작된 보라색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리그에서 가장 강렬하고 즉각적으로 인식되는 팀 컬러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보라색은 팀을 넘어 도시 전체를 상징하는 색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Prince

Prince 그리고 Purple Rain

팀 컬러로 시작된 보라색이 도시 전체의 색이 되는 데에는 예상치 못한 조력자가 있었다.


프린스(Prince). 본명 프린스 로저스 넬슨(Prince Rogers Nelson). 1958년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뮤지션이다. 프린스는 보라색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보라색 오토바이, 보라색 의상, 보라색으로 가득한 무대. 1984년 발표한 앨범과 동명의 영화 'Purple Rain'은 프린스를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미니애폴리스를 보라색 도시로 각인시켰다.


실제로 프린스는 바이킹스 팬이기도 했다. 2010년 NFC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직접 바이킹스를 위한 응원가를 썼다. 제목은 'Purple and Gold'. 팀 공식 채널을 통해 곡이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슈퍼스타 뮤지션이 NFL 팀의 응원가를 직접 만든 것은 리그 역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보라색은 이미 바이킹스만의 것이 아니었고, 프린스만의 것도 아니었다. 두 상징은 같은 색 위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2016년 프린스가 사망했을 때, 도시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미니애폴리스의 주요 건물들이 일제히 보라색 조명을 켰다. 도시 스카이라인이 보라로 물들었다. 미네소타 상원의원 카린 하우즐리는 프린스를 기념해 미네소타의 공식 색을 보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그 논의 자체가 이 도시에서 보라색이 갖는 무게를 보여줬다. 바이킹스의 팀 컬러와 프린스의 Purple Rain이 겹치면서, 미니애폴리스의 보라색은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방식으로 완성됐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신화

2016년,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새 홈구장으로 이사했다. 구장의 명칭은 U.S. 뱅크 스타디움.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 한복판에 10억 달러 이상을 들여 지은 실내 구장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도시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이 구장이 다른 NFL 구장과 구별되는 이유는 규모나 비용이 아니다. 무엇을 담아냈느냐에 있다.



구장에는 룬 문자(Rune Script)를 활용한 조형물과 상징적 설치물이 배치되어 있다. 고대 북유럽 등지에서 사용되었던 표음문자이다. 지역과 시대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비석이나 나무, 금속에 새겨 의미를 전달하던 문자다. 룬 문자는 고대 영어 문자와 고트어 문자, 아이슬란드어 문자뿐만 아니라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저자인 J.R.R. 톨킨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고대 북유럽의 문자였던 룬 문자가, 현대식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건물 안에 다시 자리 잡고 있다(U.S. 뱅크 스타디움의 콘셉트 역시 고대 노르딕 건축에서 착안했다).



경기 시작 직전, 구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있다. 바로 뿔나팔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다. 걀라르호른(Gjallarhorn). 노르드 신화에 등장하는 뿔나팔이다. 신 헤임달이 세상의 끝, 라그나로크가 시작될 때 불어야 하는 뿔나팔로 묘사된다. 미네소타 바이킹스 홈경기 시작 전, 명예 게스트가 직접 뿔나팔을 울린다. 수만 명이 그 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관중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스콜(Skol)!”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건배사다.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북유럽 사람들이 식사 자리나 술자리에서 나누던 인사였다.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2016 시즌부터 이 찬트를 공식 응원 문화로 도입했다. 아이슬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6 유럽 선수권에서 선보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응원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칸디나비아 이민자의 땅 미네소타에서, 같은 북유럽 전통에서 비롯된 찬트를 가져다 쓰는 것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NFL 경기장에서 천년 전 뿔나팔 소리가 울리고, 수만 명이 북유럽 건배사를 외친다. 이 정도로 북유럽 신화와 상징을 건축, 연출, 응원 문화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한 사례는 미네소타 바이킹스가 유일하다.




콘셉트가 팬을 만드는 방식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슈퍼볼 우승이 없다. 창단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슈퍼볼에는 네 차례 진출했지만, 네 번 모두 패했다. 1998년에는 15승 1패를 기록하고도 NFC 챔피언십에서 탈락했고, 2017년에는 기적 같은 플레이오프 승리를 거둔 뒤 다음 관문에서 무너졌다. 그런데도 바이킹스의 팬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Figure 3. 미네소타 바이킹스 프랜차이즈 지표(꾸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슈퍼볼 우승은 없다.)

팬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팀을 응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화에 소속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콜을 외치고, 걀라르호른 소리를 듣고, 룬 문자가 새겨진 공간 안에 서고, 보라색 유니폼을 입는다. 그것은 단순한 경기 관람이 아니다. 하나의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다. 그 세계관의 뿌리는 천년 전 북유럽의 신화와 상징, 그리고 대서양을 건너 미네소타에 정착한 이민자들의 역사까지 이어진다.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팀을 응원하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문화적 체험으로 바꿔놓았다.


에이미 쉐인-니콜스의 스포츠 마케팅 연구에서는 팬 정체성이 강할수록 팀의 성패와 무관하게 팬덤이 유지된다고 분석한다.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팀 이름, 팀 컬러, 구장 설계, 응원 문화를 하나의 일관된 정체성으로 묶어온 팀이다. 팬들은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정체성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기면 더 좋고, 지더라도 여전히 그 문화 안에 속해 있다.


처음에는 그저 하나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시간이 흐르며 도시를 물들이는 색이 되었고, 경기장을 울리는 소리가 되었고, 마침내 수만 명이 함께 외치는 한마디가 되었다. 이민자의 역사와 도시의 기억, 프린스의 유산과 북유럽 신화가 그 이름 아래 한데 모였다. 그래서 미네소타 바이킹스는 단순한 NFL 구단이 아니다. 하나의 이름이 자라 하나의 문화가 된 팀이다.


이제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고, 박자에 맞춰 함께 외쳐보자.

Skol!




Reference

[1] Minnesota Historical Society (MNHS). "Swedish Immigration to Minnesota." MNopedia, 2019.

[2] CBS News Minnesota. "Why Did Northern Europeans Emigrate to Minnesota?" 2025.

[3] History Explained. "The Minnesota Vikings — Behind the Ancient Scandinavian Name of an American Football Team." 2024.

[4] Text & Trowel. "Colors of the Viking Age." 2016.

[5] Riitta Vajanto. "Lichen Purple, Tannin Red: Reconstructing a Viking-Age Finnish Woman's Costume." Aalto University Research, 2017.

[6] ESPN. "The Full Story of How Viking Uniforms Came to Minnesota." 2017.

[7] New York Times. "Purple Rain Musical, Prince, Minneapolis." 2025.

[8] Minnesota Vikings Official Site. "Team History."

[9] Emerald Publishing. "NFL Fans: Identity and Consumption Behavior." Sport, Business and Managemen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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