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사용해 보셨나요?

유튜브 쇼츠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AI가 만든 영상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40대 아저씨의 피드는 정말 별의별 것을 큐레이팅해 주니까요.

처음에는 솔직히 싫었습니다.
성인물 같은 분위기, 어딘가 번들거리는 피부 질감, 시선이 사람 같지 않은 느낌.
좋아요는커녕 ‘싫어요’를 누르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알고리즘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강아지와 인터뷰하는 영상, 독립유공자의 오래된 사진을 움직이게 만든 영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들이 계속 추천됐습니다.


처음엔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곧 “AI 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특유의 광택 섞인 피부 질감, 사람의 시선 처리, 어딘가 비슷한 프레임과 비슷한 표정.

AI가 영상을 만든다지만,
결과물들이 하나같이 같은 사람에게 의뢰해서 받은 출력물처럼 보였습니다.
누가 했는지는 몰라도, 다들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관심이 줄었습니다. 신기하고 특별해 보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놀이 같았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양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캐릭터를 실사로 만들어 영화 예고편처럼 편집한 숏츠,
디아블로 시네마틱을 현실 영상처럼 바꾼 영상.

이런 것들은 이상하게도 이질감이 덜했습니다.
원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다루기 때문인지,
오히려 AI의 비현실성이 “결함”이 아니라 “세계관”으로 흡수됐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2분 정도의 슬램덩크 실사화 영상이었습니다.


https://youtu.be/YVzupjKueaE?si=lpnVA75QqUqXpc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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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감독들이 만화를 실사화 했을때는
캐릭터가 아니라, “대충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캐릭터 흉내를 내는 느낌.”
귤에게 오렌지 역할을 시키는 것처럼 어색한 순간들로 느꼈던 실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AI가 만든 그 영상은 정말로 그 캐릭터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는 “AI가 만든다”가 아니라 “누가 AI로 만드냐”가 됐다

그때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AI가 영상을 만드는 게 신기한 단계가 아니라,
AI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이 갈리는 단계로 넘어왔구나.


예전에는 비슷한 출력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AI인데도 이건 작품 같다” 싶은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I가 만든 영상이 아니라,
AI를 다루는 사람이 만든 영상.

그건 그냥 프롬프트를 입력한 결과가 아니라,
숙련도가 담긴 'AI 아티스트'의 작업이었습니다.


문명은 전문영역의 문턱을 낮추지만,

누구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문물은 늘 그랬습니다.

연필은 누구나 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연필로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낙서를 합니다.
세상이 결과물을 판단하기 시작하면 전문가와 취미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때 전문가용 카메라는 비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과거의 고급 카메라를 능가하는 장비를 들고 다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어도,
그 사진으로 자기 능력을 살리는 사람과 그저 소비하는 사람의 간극은 그대로입니다.


문명은 전문가의 영역을 취미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문턱이 낮아졌다고, 누구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 대신, “조력자”가 곁에 있는 시대

새로운 분야를 배우려면 대개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에게 우리는 쉽게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진으로 비슷한 캐릭터 만들고, 이런 식으로 움직이게 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요.

수정 요청을 하고, 결과물을 판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맞춰 가는 일은
권위가 있거나 돈이 아주 많지 않으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영역에서 “능력이 많은 조력자”로 AI가 우리 곁에 있습니다.

묻고,
다시 묻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정하고,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존재.


물론 AI도 실수합니다. 엉뚱한 대답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어떤 사람에게는 ‘훈련’이 됩니다.


내가 1을 알아야, AI의 10 안에서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있고,
내가 2를 알게 되면 20 안에서 이상한 지점을 더 빨리 잡아냅니다.
내가 100을 알게 되면, AI에게 10,000의 능력을 “제대로” 쓰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국 AI는
누군가에게는 검색도우미 수준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상 제작자고,
누군가에게는 논문 조교고,
누군가에게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조력자입니다.


도구는 같은데,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다루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다행히 AI는 아직 초기입니다.
지금은 누구나 같은 도구를 쥐고,

같은 출발선에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진기와 연필도 처음엔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전문가의 도구’처럼 느껴지는 때가 오죠.
그때 많은 사람은 스스로 선을 긋습니다.

“나는 그냥 취미로만.”

마치 상자에 갇혔던 벼룩이 뚜껑을 열어도 더 높이 뛰지 못하듯,

한 번 정해버린 한계는 쉽게 넘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남는 말은 하나입니다.

시도해 봐야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연필로 그려봐야 재능을 알 수 있고,
카메라로 찍어봐야 관심을 확인할 수 있듯이,
AI도 만들어 보고 실패해 보고 고쳐 보지 않으면 내 능력의 모양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46살에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다.

자동매매 프로그램에 대해서 들어 본 것이 10년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영역은, 따로따로 존재했습니다.
코드에 능숙한 전문가가 있고, 투자에 능숙한 전문가는 따로 있었습니다.
둘 다 능숙한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자동매매는 늘 “특이한 사람들만 하는 특별한 분야”처럼 느껴졌죠.

투자 쪽이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투자하던 사람이 코드를 배워 보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기능’을 실제로 구현해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코드를 다룬다는 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설계하고, 그걸 구현해 내는 일인데,
지식과 숙련이 쌓일수록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길 확률도 함께 올라갑니다.
그래서 “조금 코드를 안다”는 수준으로는, 원하는 결과물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10년 전만 해도 수백만 원을 주고 의뢰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이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제작자의 이해 수준에서 조합된 ‘혼종’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더 큰 문제는 그게 문제인지조차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그 프로그램은 비싼 장난감으로 남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AI가 등장하고 나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체감하기로는,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구현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AI가 대화의 일관성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고,
엉뚱한 대답을 하면서도 확신에 찬 말투로 밀어붙이기도 했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코드도 체감상 400줄 안팎이 한계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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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처음 만들어 본 프로그램은 '자동거래'까지는 못하고,

거래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편하게 취합하는 기능의 프로그램 정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000줄이 넘는 코드도 같이 붙잡고 갈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물론 여전히 틀리기도 하고,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제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했던 지점을 넘어설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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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도 안 되는 한 달 구독료로,
10년 동안 마음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완성’이 아니라 ‘진화’가 가능해요.

필요한 기능이 생기면 붙이고,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제가 생각한 방식대로 계속 수정하면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기했던 건,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만큼 제 능력도 같이 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AI가 대신해 준 게 아니라, AI와 대화하고 검증하는 과정 속에서
제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도, 요구하는 방식도, 확인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당장 이게 돈이 되느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전이라면 여러 명의 능력자에게 수백만 원을 주고도 얻기 어려웠을 결과를,
혹은 스스로 하려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공부와 경험을 요구받던 결과를,
지금은 “시도”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이 경험은 불과 며칠전의 저와 이번주의 저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를 만들고 나니, 또 다른 욕망이 생기고,
그 욕망이 다시 저를 움직여 다음 능력을 붙여 주는 느낌이랄까요.

당장은 돈과 무관할지 몰라도, 삶이 풍요로워지는 방식의 경험치가 쌓이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은 조금 더 다듬어서,
독자분들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개해 보려고 합니다.

제 욕구에 맞춰 만든 기능들이라 사용자 편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실제로 쓰면서 답답했던 지점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시중의 일부 판매 프로그램보다 활용도가 나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고,
무료 공개 프로그램 중에서는 꽤 자부심이 있는 기능들도 담겨 있습니다.


AI 도움으로 짧은 시간에 만든 습작에 가깝지만,
이런 경험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더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 번쯤 시도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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