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닐 수도 있다

― 실력이라는 착각, 포커에서 투자의 세계까지

“포커는 실력의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믿습니다. 이긴 판에서는 스스로를 대단한 전략가처럼 느끼며 말하죠.

“내가 잘해서 이긴 거야. 이게 다 운이면 스포츠가 왜 됐겠어?”

하지만 그 믿음은 사실 ‘운에 기대어 이긴 것을 실력이라 착각하는 순간’에서 시작된 위험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1. 포커는 ‘실력의 연기’를 서로 믿는 게임이다.

포커를 보면 마치 심리전의 연속처럼 보입니다.
상대의 눈빛, 베팅 타이밍, 작은 손 떨림 하나까지 읽어내는 듯한 장면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패는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 결말을 모른 채 각자의 확신을 연기하는 배우에 불과합니다.

한 장씩 패가 공개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자신을 믿고, 상대를 의심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은 마지막 카드를 받는 순간 허무해집니다.
아무리 능숙하게 연기했더라도, 이미 결정돼 있었던 패 앞에서는 그 연기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2. ‘내가 잘했다’는 착각은 결과를 왜곡한다.

사람들은 이긴 게임은 실력 덕분이고, 진 게임은 운이 나빴다고 말합니다.

“내가 블러핑을 간파했어.”
“분명 약한 패였어. 내가 정확히 읽은 거야.”


하지만 이런 말들은 결과가 드러났기 때문에 붙일 수 있는 후행적 설명일 뿐입니다. 만약 상대가 진짜 강한 패였더라면, 우리는 “내가 잘못 읽었다”고 말했겠죠. 결국 대부분의 판단은 결과에 의해 정당화됩니다. 이것이 바로 성과를 ‘내 실력’으로 해석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이며, 그 순간 우리는 다음 실수를 할 준비를 스스로 마치는 셈입니다.


3. 같은 심리는 투자와 인생에서도 반복된다.

이건 포커 테이블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투자와 인생의 선택에서도 똑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감으로 산 주식이 오르면 “역시 내가 안목이 있었지”라고 생각하고,

시세차익을 낸 부동산 투자는 “내가 타이밍을 잘 잡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말 내가 바꾼 것일까요?
아니면 정해진 결과가 우연히 내 편이었을 뿐이었을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결과를 근거 삼아 자신의 감각을 믿고, 더 큰 위험을 감당하려 합니다.
포커에서 올인하듯, 투자에서도 더 큰 금액을 베팅하게 되는 거죠.


4. 실력이란 ‘결과를 바꾸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실력이란 무엇일까요?
그건 단순히 이겼다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스스로 바꾸거나 통제할 수 있었던 과정이어야 합니다.포커에서 가장 강력한 전략은 '결과가 일찍 정해진 진짜 좋은 패를 아무렇지 않게 숨기는 것’입니다. 즉, 내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오해했는가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정말 내가 잘해서 이긴 걸까요?
아니면 상대가 스스로를 잘못 믿었기 때문에, 나의 행동이 우연히 유효해진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착각의 끝에서 무엇을 마주하는가

포커에서, 투자에서, 그리고 인생의 수많은 선택에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믿습니다.

“이번 성공은 내가 잘해서 이룬 거야.”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을 과신하게 되고, 다음번에도 운보다 자기실력이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맹신을 하며, 더 큰 위험을 스스로 끌어안게 됩니다. 진짜 실력은 운의 작용과 착각의 틈을 명확히 분리해서 보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걸 구분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기 실력’에 도취되지 않고, 다음 선택의 리스크를 조심스레 감당할 수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드모드에 들어선 나에게.. 숫자는 상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