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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했을까?(17)

엄마들이 남긴 한마디

by 메멘토 모리

“어르신, 한평생을 살아오시면서 자식들이나 저에게 또는 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부탁의 말씀 같은 것 말입니다.?”라고 내가 여쭈었더니 “있어요. 내 자식과 선생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어요.”

지난해 가을 자서전 쓰기 사업을 진행하며 13명의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마지막 날 위에 질문을 드렸다.

“80년을 넘게 살았어요. 행복했지만 아쉬움도 후회도 있어요. 나의 자식들과 선생님을 위해 한 말씀드릴게요....”

어르신들이 나에게 남긴 부탁의 말씀을 정리하다 13분의 어르신(남자 1명, 여자 12명)이 하셨던 이야기에 공통되는 것들이 있었다. 5가지를 이야기해본다.

1. 가족이 삶의 전부다. 가족을 사랑해라

2.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지 마라

3. 나를 위해 용서해라

4.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5. 60살부터 평온해지더라. 어떻게 해서든 60까지 버텨라



어르신 중 일찍이 남편을 여의신 분도 많으셨고, 자식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참척(慘慽)을 겪으신 분도 적지 않으셨다. 그분들에게 가족은 아픔이고 슬픔이었을 것이다. 가족과의 사별(死別)을 이야기하실 때는 우셨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별도 이야기하셨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언젠가 후회하니 정말 어쩔 수 없는 이별이 아니라면 헤어지지 말라고 하셨다. 대부분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이야기를 하셨다.

용서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80살이 넘어 이제 와 용서한 것을 후회하셨다. “조금 더 일찍 용서했으면 그만큼 행복했을 텐데”라며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라고 부탁하셨다. 그 용서 대상이 가족이면 더 빨리 더 크게 용서하라고 하셨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했던 적이 있었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아픔이었다. 그 아픔으로 병을 얻기도 했다. 내가 살기 위해, 나를 위해 용서했다. 그리고, 평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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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대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다. 인터뷰의 주요 이야기는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가난했기에 겪어야 했을 아픔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어르신들이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하셨다. “돈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을 잃지 않기를 바래요”라고 하신 어르신을 보며 한참이나 우두커니 있었다. 나 또한 내 생에 가장 큰 이별이 돈 때문이었다.

“60살이 되니 아이들은 다 커서 출가를 하든 어떻게든 제 곁을 떠나더군요. 그때부터 마음이 많이 평온해졌어요.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그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도 꼭 60까지는 버텨요. 평온해집니다.”

“자식들 모두 떠나니 쓸쓸하지 않으세요?”라는 물음에 “처음엔 조금 외롭더니 복지관과 노인회관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괜찮아져요. 이따금씩 자식들과 손주들이 오잖아요. 그것으로 되었어요.”라고 답하셨다.



이제 나도 60까지 5년 남았다. 내 딸은 25살, 아들은 23살이다. 나도 60살이 되면 내 아들, 딸들이 내 곁을 떠나 자기 길을 가길 바란다. 나의 평온을 위해...

자서전을 쓰기 위해 어르신을 만난 지난가을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3달 동안 따뜻했고, 많이 울었고, 행복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내 속에 나를 만났고,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들이었다.

어르신들이 나에게 알려준 삶의 지혜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키(key)가 될 것이다.

인터뷰 내내 나를 울게 한 어르신들에게 이 글을 통해 감사드린다.

어쩌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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