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수련관들 휴관중인데 여가부만 혼자 원격수업 지원 요구
지난 16일, 여성가족부 (이하 여가부)가 ‘온라인 등교부터 방과후까지 촘촘한 돌봄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날 17일 오후에는 이정옥 여가부장관이 충북 진천군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이하 방과후아카데미)를 방문, 온라인 개학에 따른 원격수업 지원 상황을 점검했죠.
여가부는 온라인 개학으로 가정에서 원격수업 참여가 어려운 돌봄 취약 청소년에 대하여 방과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등에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긴급돌봄을 지원한다고 강조하며 전국 273개소에서 운영중이라 밝혔습니다. 가정내 돌봄이 어려운 청소년(초등 4학년~중등 3학년)을 대상으로 지원해 온 급식지원, 온라인 학습지원도 지속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여가부가 발표한 이번 원격수업 긴급 돌봄 지원의 내용은 학교의 온라인 수업시간에 맞춰 방과후아카데미에 원격수업시간 (08:50∼16:00(초등생14:00)을 따로 마련하여 청소년들이 학교수업처럼 안정적으로 수업할 수 있도록 하고, 수업이 종료된 후에는 방과후 돌봄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여가부, 온라인 등교부터 방과후까지 촘촘한 돌봄 지원>이라는 보도자료 헤드라인을 뽑은 여가부는 전국적으로 이 원격수업과 긴급돌봄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발표 8일전인 4월 8일에는 이미 서울시를 비롯, 전국 광역시 및 10개 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지원 안내] 공문을 시행하고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에서 이 사업이 적극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다수 언론에서는 여가부 보도자료를 받아 ‘집에서 온라인수업 어려운 학생, 청소년수련관에 한다’며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공립 및 시립, 구립 청소년시설은 코로나 여파로 대부분 휴관중인 상태. 여가부가 말한 방과후아카데미도 모두 청소년수련시설안에 편제되어 있습니다. 문을 열고 있지 않은 청소년수련관에서 어떻게 원격수업 지원을 하라는 걸까요?
지자체가 거부하면 못한다? 273개소가 운영중이라던 원격수업도 실상 40개소뿐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공공시설 이용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긴급돌봄을 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전국적으로 촘촘한 돌봄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해 놓고 지자체가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사업이라는 것. 또다른 여가부 관계자도 “이 사업은 지자체에 권고하는 사항이지 강제한 사항이 아니기에 지자체에서 청소년 안전을 위해 청소년수련관 휴관을 풀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여가부는 실상 지자체가 코로나 감염 문제로 이를 거부하거나 공감하지 않으면 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지자체와 사전 협의 또는 교감도 없이 일방적으로 마치 여가부가 콘트롤 타워로서 일사불란한 대대적 전국 원격수업 지원을 시행하는 것처럼 과장해 발표한 셈입니다. 273개소에서 운영중이라고 밝힌 원격수업도 4월 20일 현재 40개소만 참여하고 있음도 필자가 확인했습니다.
보도자료가 과대 포장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가부 관계자는 “솔직히 273개소가 전부 참여했으면 좋겠지만 지자체 의지가 다 다른 상태라 전국 확대를 원하는 입장, 여가부의 희망이 담겨 있다”는 해괴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책사업 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객관적 수치와 정확한 사실 대신 여가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식으로 과장되고 부정확한 내용을 교묘하게 구성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실효성도 논란입니다. 여가부는 원격수업 지원을 위해 방과후아카데미가 1인 1실 또는 1인의 최소면적 확보, 헤드셋 착용 등의 조치를 하라고 안내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트북, 태블릿, 헤드셋 등은 개별 지참을 원칙이라고 하네요. 집에 원격수업 장비가 있다면 굳이 청소년수련관에 갈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청소년수련관 운영권한 있는 지자체와 교감도 없이 침소봉대하는 여성가족부
여가부는 또 원격학습 장비를 지참하기 어려운 경우 지역 교육지원청 및 학교의 무상임대 협조를 요청하라고 명시했는데 지자체가 협조 요청을 하라는 것인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가 협조를 요청하라는 것인지 아이들이 알아서 요청하라는 것인지도 모호합니다. 여가부는 그럼 대체 뭘 지원한다는걸까요? 집계만?
서울의 모 청소년수련관 관장님은 이에 대해 “청소년수련관내에 컴퓨터실 같은 공간이 있으면 몰라도 1인 1실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가 노트북, 태블릿이나 컴퓨터 등 IT기기의 여유가 없어 사실상 희망사항일뿐이다”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럼에도 여가부는 “원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해당 방과후아카데미에서 긴급돌봄과 원격수업을 지원하라는 뜻이었지 일률적으로 시행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궁색한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원격학습 지원과 긴급 돌봄을 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선 강제사항이 아니라며 지자체가 동의하면 할수도 있고 못할수도 있고, 청소년수련관은 휴관중인데 원격학습을 받으러 청소년수련관으로 올수도 있고 방과후아카데미 지도교사가 집으로 방문할 수도 있다는 이상한 여가부의 원격학습 지원.
왜 필자는 여가부가 국민을 기망한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는걸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