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남자가 하면 범죄고 여자가 하면 장난인가"

세가지 남녀차별 논란에 대한 단상

by 이영일

먼저 필자는 남성 우월주의자도 아니고 그 누구보다도 양성평등,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임을 전제합니다. 여성 차별은 그 어떤 인권 침해보다도 더 야만적이고 문명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이기((利己)적 폭력 행위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양성평등에 대한 세가지의 사회 논란을 접하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가지 논란 모두 ‘차별’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 지적과 남성에 대한 역차별인데, 필자가 불편한 이유는 좀 예민하다 싶을 정도로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거나 그 반대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중적 잣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페미니즘(Feminism)이 여성으로서의 피해 의식을 넘어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하는 이 시대의 상식이자 대중적 건강한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양성평등을 진일보하게 불러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권리 주장과 실현을 위해 남성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과도하게 공격하여 역차별을 야기하고 사회체제를 여성중심주의로 전환하자는 일명 급진 여성주의(Radical feminism)는 또 하나의 차별을 불러오는 사상으로 필자는 남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를 반대합니다.


그럼 첫 번째, 보건복지부의 금연광고를 둘러싼 성 고착화 논란과 두 번째, 방송인 김민아의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 마지막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출산 발언 논란을 살펴보며 과연 여성들의 주장은 건강한 페미니즘(Feminism)인지 지적을 위한 지적인 급진 여성주의(Radical feminism)인지 독자들의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성 고착화 지적 이유있지만 혐오 광고라는 지적에는 동의 못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초부터 방송을 시작한 올해 금연 표어 광고 ‘담배는 노답(No答), 나는 노담(No담배)’'을 두고 남자 청소년은 토론왕, 여자 청소년은 메이크업하는 걸 좋아하는 청소년으로 등장하는 컨셉이 성적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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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도 남자 청소년은 ‘얼리어답터’, ‘토론을 잘한다’로 소개되고 여학생에게는 ‘화장을 좋아한다’ ‘우리아빠는 딸바보’ 로 소개됩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 인정합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 광고가 금연 메시지 전달의 효과성과 통통 튀는 이 시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동시에 잘 보여주는 ‘나름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컨셉이 또래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 출연하는 청소년이 단순히 모델이 아니라 실제 인플루언서(Influencer)인 점이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광고에 나오는 화장하는 것을 종아한다는 여자 청소년이 실제 유튜브 구독자 수가 3천명이 넘는 뷰티 유튜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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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여자 청소년은 화장을 좋아하고 남자 청소년은 토론왕으로 나오는 것이 ‘여학생은 화장하고 아빠의 보호를 받는 대상으로 묘사한 여성혐오’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 광고가 혐오적 광고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소년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여자 청소년의 흡연율이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실제 여자 청소년 뷰티 유튜버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당당하게 ‘담배 안 피운다’고 말하는 아이디어는 기가 막힌 한수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여성들이 양성평등적 시선에서 이 광고를 지적한다면 성고착화라는 지적도 ‘이유 있는’ 지적이라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를 혐오적 광고라 말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성희롱은 남자가 하면 범죄이고 여자가 하면 장난인가


방송인 김민아씨가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의 '왓더빽' 코너 시즌2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남자 중학생에게 “에너지가 많을 시기인데 그 에너지는 어디에 푸냐”, “혼자 집에 있을 때 뭐하냐”라며 자위 행위를 연상시키는 성희롱적 질문을 던져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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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연예 기자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에 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했는데 여가부 담당자는 부적절한 발언은 맞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남자 청소년도 은근 즐겼을 것이다”, “그냥 물어본건데 예민하다”, “어차피 남자들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 등의 글이 게시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만약 남자 방송인이 중학교 3학년인 여자 청소년에게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요? 아마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난리 정도가 아니라 방송 퇴출 논란까지 일었을 것이 자명합니다.


왜 김씨의 발언에 대해 여가부는 성희롱이 아니라고 본걸까요. 왜 여성과 여성단체들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명백한 성적 장난질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걸까요. 성희롱은 여자가 하면 장난이고 남자가 하면 범죄가 되는 것인가요?


어떤 이들은 김민아의 성적 농담을 두고 한 방송인의 실수를 사회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명백한 성희롱적 장난질을 방송에서 한 행위를 두고 이를 실수로 보아 넘기는 것은 누구의 어떤 기준인지 묻습니다.


동성의 실수에 관대하고 이성의 실수에 엄격하면 양성평등 어렵지 않나


또 하나의 사례를 보시겠습니다. 지난 1일,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가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이 주최한 한 강연에서 “남자가 철이 들지 않은 건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서”라고 말했다가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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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요지는 여성만을 출산 육아의 책임을 진 존재로 몰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육아에서의 아빠의 역할, 책임, 경험이 폄하되었다는 것이라는 지적은 보수당인 통합당과 진보당인 정의당 모두에게서 나왔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은 순간 중 하나는 소녀에서 엄마로 거듭나는 순간”이라는 그 발언을 두고 “출산을 하지 않으면 철이 없는 것이냐”, “출생하지 않기로 결정했거나 난임인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삶을 배제한 발언이다”, “엄마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철이 없는 거냐”는 다양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역시 양성평등의 기본적 철학을 전제로 합니다.


출산과 육아가 올곧이 여성만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분명 양성평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데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전 총리의 강연중 발언이 여성에게 출산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의도성 발언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출산 순간이 고귀한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하튼 그 의도야 상관없이 여성들은 이 발언이 거슬렸나 봅니다.


방송인 김민아씨의 명백한 남자 청소년 성희롱은 그 의도도 장난이었고 방송을 장난으로 안 경우이지만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는 다릅니다. 김민아씨의 성희롱에는 관대하고 이낙연 전 총리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을 보며 남녀 차별은 여성들이 차별이라고 하면 차별이고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인지, 이는 또 하나의 차별은 아닌지 필자는 우려스럽습니다.


양성평등 담당 여성가족부도 편협한 여성우월적 태도로 무장


우리나라 양성평등 정책은 여가부가 담당합니다. 지난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여가부는 2005년 가족 업무를 맡으며 여성가족부로 확대됐습니다. 하자만 이명박 정부시절, 여가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처라는 지적으로 다시 여성부로 축소됐다가 다시 여성가족부로 복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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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거치며 여가부는 그동안 되려 양성평등의 걸림돌이 되는 성갈등 부처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2006년에는 남성들이 회식후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하면 360만원을 지급한다는 캠페인으로 남성을 싸잡아 잠재적 성매매범으로 매도했고 2007년에는 성매매 여성자활사업 예산으로 직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와 비난을 받았었습니다.


2019년에는 ‘김치녀는 여성혐오’이고 김치남은 아니며 노벨상 수상자 599명중 여성이 18명인 이유는 심사위원이 남성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실린 어처구니 없는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지도안 사례집’을 제작하고 이를 또 다른 부서 몰래 각급 학교에 배포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여가부는 2018년 기준 총원 259명중에 170명이 여성으로, 전체 직원중 66%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2017년 기준 여성 공무원 비율이 46%인점을 감안하면 여가부는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제와는 거리가 먼 부처로 보입니다. 여가부는 양성평등 부처인가요 여성우대 부처인가요.


여성가족부장관은 왜 여자만? 이거야말로 성 고착화 스스로 인정하는 자기 오류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부처라면 왜 직원들이 대부분 여성이고 여가부장관은 1대 한명숙 장관부터 현 이정옥 장관까지 12명이 모두 여성일까요? 여가부는 여성업무 이외에도 청소년,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는 여성이 특정 분야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여성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는 자기 오류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의 발언을 두고 여성에게 출산 육아의 책임을 지게 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여가부장관은 여성이 계속 맡아오는 현실은 가족과 여성, 육아,등은 여성의 영역이라는 그야말로 구시대적이자 양성평등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져 있음을 방증합니다.


여가부는 아주 오랜기간동안 없어져야 할 부처로 현재까지도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양성평등 정책은 편중된 여성 우대적 시각으로 되려 차별을 야기하고 정책 불균형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 업무에 대해서는 청소년 현장에서 이미 불신의 늪이 깊어 정책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수준입니다.


여성 우월적 시각을 양성평등이라 주장하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


상대적으로 오랜기간동안 여성이 차별받아온 우리나라의 문화환경상, 사회적 약자인 여성 권익보호와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의 시각에서 본 피해와 차별을 우선시하는 것은 일리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성평등의 개념이 여성 우월주의로 역차별을 야기하는 것을 모두 평등이라 주장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인 여성의 남자 청소년 성희롱에 대해 관대한 여성들과 여가부. 출산과 양육은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여가부장관은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한다는 인식. 여가부 직원 대부분이 여성인 현실.


남성도 출산과 육아의 한 축이므로 이에 대한 책임도 동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업무를 관장하는 장관은 당연히 여성이어야 하고 여가부 직원도 여성이 더 잘할 것이라는 논리로 여성들이 대부분인 여가부 사무실에서 나오는 생각들은 진정한 양성평등을 수립해 조화로운 정책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필자는 걱정스럽습니다.


앞에서 본 세가지 사례는 모두 ‘차별’적 헤게모니(Hegemony)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 말은 틀리고 하는 것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이 답답한 마음을 표하는 것은 필자가 남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좀 너무 예민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반복되는 남녀차별 지적이 논란을 더 확대 재생산시킨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이 글도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형편없는 주장이라고 공격받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성년자에 대한 성희롱은 남자 여자를 떠나서 형편없는 행위라는 점은 인식의 전환이 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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